갑자기 뒤바뀐 종합경기장 개발방안
갑자기 뒤바뀐 종합경기장 개발방안
  • 이흥래
  • 승인 2019.04.25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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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 않으면 안 한다고 성화들이다. 능력이 없다느니, 누구누구의 눈치를 보고 그러한다느니 하면서 매일같이 들볶는다. 그런데 또 한다고 했더니 왜 하느냐고 난리들이다. 말도 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며 가만두지 않을 기세이다. 당장 그만두라는 말은 점잖은 얘기고, 공공연히 신뢰를 배반했다는 통탄도 쏟아지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점잖은 논조도 있지만 피맛을 본 상어떼처럼 사나운 이를 사정없이 들이대며 불법과 위법을 질타하는 매체도 적지 않는 듯하다. 구경 중에는 싸움구경이 젤이라는 말처럼 아침, 저녁으로 쏟아지는 새로운 사실 공방에 언론을 지켜보는 재미도 모처럼 쏠쏠해진 느낌이다. 사실 나 같은 장삼이사들이야 어떤 방안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지 솔직히 계량하기 어려운 처지다 보니 눈치만 보고 있지만, 정작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이들도 이같은 기세에 눌리면 쉽게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려운 처지가 되고 만다. 전주시가 얼마전 발표한 전주 종합경기장 개발방안을 놓고 요즘 전주권에서 벌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2005년 전라북도가 전주시에 종합경기장을 양여하면서부터 종합경기장 개발방안은 전주시는 물론 도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다. 1963년 도민들이 성금과 예산으로 지어진 종합경기장은 도내 스포츠의 중심시설이란 위상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행사도 함께 열린 그야말로 문화의 상징터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노후화되고, 갈수록 높아지는 이용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경기장 재개발문제는 자연히 주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호남 제1의 고도인 전주의 상징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당초의 기대도 있었지만 전 주시 전·현 집행부의 개발방향이 완전히 달라서 누가 과연 개발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관심사였다. 이같은 갈등과 논란이 지속하다 보니 스포츠 경기는 경기대로 치러보지도 못했고, 도와 시의 갈등으로 도시 개발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경과였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종합경기장 개발계획은 김승수 시장이 주장해온 나름의 원칙에다 도의 개발요구를 함께 수용하려는 고육지책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궁금한 게 너무도 많다.

 하나의 정책이 성공하려면 왜 이 정책이 필요하며 어떤 수단과 재원을 통해 이 정책의 목표가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같은 과정을 지켜본 구성원들의 지지가 정책성공의 관건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에 대한 전주시의 발표는 왜 그간의 원칙이 사정없이 바뀌었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답변이 생략돼 있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 궁금증에 대한 의견을 소상히 밝히고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전주시는 당장 공론화 위원회 등을 개최할 의사가 없는 듯하다. 흔히들 정권을 잡을 때까지는 영웅담과 가슴 설레는 드라마가 판을 치지만 집권 후에는 행정과 경륜이라는 따분한 원리가 작동하게 마련이다. 내공도 없고 깊은 고민도 없이 뜻만 옳다고 밀어붙이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또 재정사업으로 한다고 하지만 그깟 푼돈으로 도청소재지에 걸맞은 경기장 시설을 갖출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비록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천천히 꼼꼼히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을 주문한다. 그래야, 단단한 법이기 때문이다.

  이흥래<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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