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에 갇힌 진실, 규명해야
정략에 갇힌 진실, 규명해야
  • 송산 송일섭
  • 승인 2019.04.25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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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잘못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 또한 그것을 통해서 성장하는 모멘텀을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사고를 냈다면, 그리하여 차가 부서지고 사람이 다쳤다면, 다음부터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면 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잘못이나 실수를 하고 나면 반드시 후회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을 거울삼아 변화하고 성장하는 계기로 삼는다. 그 깨달음을 통해서 거듭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면 잘못이나 실수가 꼭 나쁜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잘못이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그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그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다. 언제 또 그러한 불상사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행한 역사나 잘못을 거론하는 이유는 더 새롭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고나 잘못을 곡해(曲解)하면서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명백한 잘못도 특히 정치판으로 옮겨지면 기상천외한 해석이 나온다. 최근 강원도의 산불만 봐도 그렇다. 지난 4월 4일 미시령 터널 인근 전봇대 변압기가 폭파되면서 불꽃이 일어났고, 이것이 때마침 불어 닥친 강풍에 날리면서 대형 산불로 번졌다. 이 산불로 사망자 2명과 부상자 10여 명 그리고 많은 주택이 소실되었고 이재민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산불 수습 후, 또 한 번 설화(舌火)가 번졌다. ‘촛불정부’가 ‘산불정부’가 되었다는 비난이 이어졌고, 정부의 잘못된 원자력 정책이 불러온 인재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들 중 상당수는 이렇듯 정치권의 정쟁이 되었다.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네 탓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럴수록 진실 규명은 더 멀어졌고, 소모적인 싸움만 요란했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했다.

오늘, 서울의 유력 일간지에서 <황교안 잡기 위해 재소환된 ’세월호‘와 ’김학의>란 칼럼을 읽었다. 그러나 이 글 어디에도 진실 규명에 대한 소망은 드러나지 않았다. 마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수사라는데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글쓴이의 주장대로 시뮬레이션(컴퓨터 모의실험)에 의한 원인 분석과 사건 해석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에는 수긍이 갔다. 왜냐하면 시뮬레이션에는 사고 당시의 당황, 정서 불안 같은 간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건의 원인을 이해하는데 있어 어쩌면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보자, 며칠 전에 우리는 ’세월호 사건 5주기‘를 맞이했다. 5년의 시간이 흘러갔지만 해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진실을 인양하라”라 같은 것이다. 세월호 사건의 유족들과 시민들이 5년 내내 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세월호에 장착된 블랙박스조차 원래의 것이 아니라는 기사도 나왔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전히 우리는 더 강하게 진실규명을 촉구해야 하지 않은가. 아무개 전 총리가 야당의 대표가 되었대서 ’세월호 진실‘을 말하지 않아야 한다면, 우리는 진정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가. 엄청난 불행을 가져온 그 사건이 왜 일어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일 아닌가.

‘故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진실이 은폐된 채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일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다. 고인이나 피해자는 입을 다물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도자들의 일탈에 한탄했다. 지금 나온 이야기들 상당수는 그 당시에는 감추거나 언급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그런데도 특정인을 불리하게 하거나 폄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애절한 진실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진실이 규명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분의 말처럼 이 나라 검찰이 유력한 인사의 이름에 흠집을 내기 위해서 이 사건들을 소환하였을까. 서로 치열하게 다투다 보면 이런 해석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메이저 언론의 글이라는 데는 그저 의아할 뿐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그게 어디 어제 오늘의 문제인가. 진실을 왜곡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사안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여야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잘못은 질책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송산 송일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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