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구의 저술 ‘임원경제지’ 중 조선시대 명당을 찾은 ‘상택지’ 출간
서유구의 저술 ‘임원경제지’ 중 조선시대 명당을 찾은 ‘상택지’ 출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4.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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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산의 여러 계곡물은 고산현을 거쳐서 전주 경계에 들어가서 율담, 양전포, 오백주가 된다. 이 지역은 큰 계곡의 물을 댈 수 있어서 흙이 가장 비옥하며, 벼·생선·생강·토란·대나무·감을 판매하는 이익이 있고, 수많은 촌락에는 생활에 필요한 기구가 모두 갖추어졌고, 서쪽으로 사탄에서는 선박으로 생선과 소금을 유통하며, 사람과 물산이 조밀하고 풍부하기 때문에 재화가 쌓여 그 규모가 한양과 다를 바가 없으니, 참으로 하나의 큰 도회지이다. 노령 이북의 10여 개 고을에는 모두 산람장기가 있지만 오직 전주만 기후가 청량하니, 살기에 가장 좋다.” 「임원경제지 상택지·권제2 전국의 명당-전국총론 전라도 편」 중에서

 조선후기 실용적 학문을 추구하고 전라도관찰사를 지냈던 풍석 서유구(1764~1845)가 쓴 ‘임원경제지’ 중 좋은 집터를 살피는 일에 관한 기록인 ‘상택지(相宅志)’에서 전주시와 완주군 일대에 관해 쓴 내용 중 일부를 옮겼다.

 (재)풍석문화재단이 펴낸 ‘임원경제지 상택지’는 조선시대 전국 명당을 소개하고 있는 ‘임원경제지’의 11번 째 지(志)로서 집 지을 터를 찾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는 백과사전이다.

 ‘임원경제지’는 총 16개의 분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곡식 농사에 관한 기록, 식용 작물과 약용 식물에 관한 기록, 옷감 재료의 생산과 그 만드는 법에 관한 기록, 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보고 기상을 예측하는 방법 등이 담겨있다.

 서유구는 관념에 치우친 유학자들의 학문적 태도에서 벗어나 사람살이의 기본인 ‘건실하게 먹고 입고 사는 문제’를 풀고자 민중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조선·중국·일본의 서적들을 풍부하게 참조해 거작을 저술했다.

 이에 풍석문화재단은 일생을 바쳐 남긴 풍석 서유구의 저술을 번역, 출판하는 것을 토대로 전통문화 콘텐츠를 현대에 되살리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 책을 펴냈다.

 ‘상택지’는 집터 살피기, 집 가꾸기, 전국의 명당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터 살피기 에서는 풍수지리학을 바탕으로 살기 좋은 곳과 피해야 할 곳을 알려주고, 지리적 요소, 물과 흙, 생업 조건, 인심 등도 함께 고려하라고 충고한다.

 집 가꾸기에서는 황무지를 개간하는 요령부터 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환경을 조성하고 방위를 정해 집과 대문, 창고, 변소, 마구간을 짓는 과정, 연못과 우물의 배치 등도 자세히 알려준다.

 이어서 전국의 명당에서는 총 223곳의 명당을 소개한다. 조선 시대에 소개한 명당 중에서 최대의 양을 자랑하는데, 경기 82곳, 충청 56곳, 강원 42곳, 경상 25곳, 전라 17곳, 황해 5곳, 평안 3곳 등이다. 소개된 명당이 경기도와 충청도에 집중된 이유는 그곳에 실제로 명당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사대부가 발탁이 되었을 때 곧장 관직에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서유구는 이 책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선비라면 자고로 머무는 곳 어디라도 살 곳을 선택할 방법을 잘 알게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풍수가들이 말하는 미신적인 금기를 적기 보다는 합리적이면서도 상식적인 내용에 더해 본인의 경험이나 지식을 자세하게 붙이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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