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을 보내면서
4.16을 보내면서
  • 이형구
  • 승인 2019.04.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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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썩거리는 파도가 뭍으로 다가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 진실을 알아도 소통되지 않는 언어이기에 그저 냉가슴으로 세월을 부르는 것일까 곁에 있는 진실을 두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오졸 거리는 세상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어디 이런 일이 어제 오늘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때마다 가슴속에 옹이는 커져만 가고 내일을 암울하게 한다.

 지금도 이름석자하면 알 만한 사람들이 뜬금없는 소리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아픈 상처를 난도질하고 있다. 그냥 있는 사고라고 하고, 징하게 울려 먹는다고 하고, 세금을 축낸다고 야단들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왜 우리 아이들이 망망대해 바닷속에 있어야 했는지 어쩌다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았는지 비밀 아닌 비밀로 알 것은 다 알고 있는데 미안해야 할 그들이 먼저 달려가 보듬어 주어야 할 할 그들이 시정잡배와 전혀 다름없는 말과 행동으로 잔인한 4월을 즐기는 듯하다.

 어느 정신과 의사는 노오란 리본의 상처를 보고 그 좋은 직업을 내던지고 팽목항 바닷속에 눈에 넣어도 싫지 않은 자식을 묻어둔 부모들의 살아있는 죽음을 치유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한다. 죽어야 만이 잊을 수 있는 인연의 끈이 부모와 자식이라는 것은 부모라는 이름으로 각인될 때만이 깨달은 세상의 이치며 천륜이다. 노오란 병아리는 어미닭의 날개 밑이 지상천국이고 보금자리이다. 이런 품안을 어느날 그것도 훤한 대낮에 내 눈으로 똑똑히 보는 앞에서 수십 길 냉기서린 바닷속으로 내던져진 끔찍한 사실을 세월이 간다고 어찌 잊힐 수 있겠는가.

 자연의 이치는 곧 본질이다. 본질은 하늘에서 인간에게 주는 질서다.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자연의 질서이고 이 질서가 법으로 형상화되어 다스려지는 것이 사회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법은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이유는 그 지역이나 그 나라의 모든 이에게 보편타당하게 적용되어 생명존중의 터전을 마련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이 법을 지배하고 돈이 법을 지배하는 역사는 지금까지 온전히 살아남은 적이 없다. 진실을 규명하고 사실을 규명하는데 이토록 힘들게 하는 인적 물적 적폐는 하루빨리 청산되어야 하고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피어오르는 4월을 미안함으로 보내야 한다.

 이형구<(사)생활법률문화연구소 이사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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