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흡입력 있는 구성으로 감동 두 배…뮤지컬 ‘홍도1589’ 기립박수
[리뷰] 흡입력 있는 구성으로 감동 두 배…뮤지컬 ‘홍도1589’ 기립박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4.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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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홍도1589’의 장면

 새 옷을 갈아 입은 뮤지컬 ‘홍도1589(총연출 권호성·최기우 대본)’는 흡입력 있는 구성과 가슴을 파고드는 넘버로 객석을 파고들었다. 전체적인 배경은 기축옥사지만 역사물이라는 무게감을 덜어내고 홍도와 자치기의 사랑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하니, 관객의 몰입감은 극대화되었고 자연스레 커튼콜의 기립박수로 이어졌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19일 첫 무대를 선보인 ‘홍도1589’는 지난해 초연과는 다른 안정감 있는 무대와 구성, 스토리 전개, 그리고 알맞게 영상기술을 삽입하면서 객석을 설득시켰다.

 초연작의 경우 기축옥사라는 시대적 배경의 처절함과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배치해 공연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관객들의 의견이 많았다. 이 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깔끔하게 걷어낼 부분을 정리하고, 조선 시대 최대의 비극 속에서 피어난 애절한 사랑이야기에 집중한 점이 성공적이었다.

 극의 출발은 이렇다.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자로 전주를 방문한 영화감독 동현은 정여립과 관련된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던 중 미스터리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홍도. 자신이 400여 년 동안 살아왔고, 기축옥사로 죽은 리진길의 딸이자 정여립의 손녀라고 말한다. 결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동현은 점점 그녀에서 빠져들게 되는데…. 그 이유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매혹적으로 그려지면서 100여 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게 된다.

 우선, 극의 전체적인 배경이 되는 기축옥사는 홍도와 그녀의 가족, 동지가 꿈꾸었던 세상인 대동세상과 그녀의 처절한 비애를 표현하는 요소로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활용돼 전작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전개가 가능했다. 대신, 홍도의 중심사건인 기축옥사를 배경으로 한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뮤지컬의 제목을 ‘홍도’에서 ‘홍도1589’라 명명하면서 한층 세련되면서도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효과를 거두었다.  

 올해의 공연이 객석에 흡입력 있게 다가선 것은 음악을 재편곡해 업그레이드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홍도와 자치기의 깊은 사랑을 표현하는 넘버가 추가되었고, 풀오케스트라 편성 녹음을 통해 더욱 현실감 넘치는 음향이 뒷받침되다보니 관람객의 가슴을 쿵광쿵광 울리게 만들었다.

 또 한층 강화된 무대 시스템의 보완으로 무대세트의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된 느낌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홀로그램과 배경 영상도 보다 안정화된 모습으로 공연의 흐름 속에 녹아들었다.

 객석의 시야가 트이고, 두터워진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더욱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에 빠져들게된 것이다.

 안타까운점은 현실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공연장 자체의 열악한 구조였다. 최첨단 영상기술과 다양한 공간 구성이 가능하도록 배경을 설정해 놓았어도, 막과 막의 전환 등에서 극복할 수 없는 수동의 한계점은 여실히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감정선은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고스란히 유지됐고, 객석에 전달됐다. 너무도 열악한 공연장 형편상 배우들은 스스로의 연기와 표정, 배역의 몰입도로 극복해야할 과제들이 많았을 것임에도 당차게 해냈다. 커튼콜에서 홍도 역으로 분한 배우가 입술을 꾹 다문채 객석에 인사를 하던 모습은 환한 미소나 뜨거운 눈물과는 다른 느낌을 전하기 충분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정여립이 꿈꿔온 대동세상은 얼마나 가까워졌는가? 불사의 몸으로 자신의 첫사랑을 기다린 400여 년이 넘는 그 시간. 시공간을 초월해 어느 순간, 어딘가에서 만나고 스쳐 지나갔을 홍도와 자치기의 운명과 같은 이야기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써 이 봄, 관람객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한편, 뮤지컬 ‘홍도1589’는 12월 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4층 공연장에서 상설공연(화~목요일 오후 7시 30분, 금~토요일 오후 4시)으로 진행된다. 티켓은 전석 1만원이며, 전북도민, 장애인, 문화가 있는 날, 재관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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