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성당과 전동성당
노트르담 성당과 전동성당
  • 안도
  • 승인 2019.04.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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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가 발생하자 전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노트르담은 프랑스 파리의 상징이요 역사적인 건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뉴스를 접하면서 문득 우리 고장의 전동성당이 떠올랐다. 왜일까?

 전동성당도 전주의 상징을 넘어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 보물과도 같기 때문이다. 호남교회의 모태 본당인 전동성당은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권상연을 비롯하여 호남의 사도 유항검 등이 순교한 순교 성지이자 국가문화재 사적 제288호로써 동양 사회에서는 이에 상응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번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로 인해 세계 문화와 종교의 귀중한 유산에 크나큰 손실을 보게 되어 참으로 애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피해가 신속히 복구되고 소실된 부분이 재건되어 프랑스 국민들의 상처받고 상실된 마음이 하루속히 치유되고 회복되길 간절히 바란다.

 전주는 한국적인 미를 느낄 수 있는 도시다. 남녀 구분없이 한복을 입고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항상 흐뭇하다. 이렇게 전통적인 한옥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전통 의상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필수 코스로 가는 장소가 있는데 한옥마을 콘셉트와는 다소 거리가 먼 것 같으나 전통과 현대가 동시에 공존하는 전동성당이다.

 이 전동 성당이 올해 들어 130주년을 맞았다. 따라서 전동성당에서는 자체적으로 행사를 벌이고 있다. 개략하면 본당설립 130주년 신앙특강을 4회 실시했는데 3월 20일은 “하늘과 땅”이라는 주제로 신앙인들의 믿음과 삶에 대해서, 3월 27일에는 “효자 윤지충”이라는 주제로 복자 윤지충의 믿음과 삶, 4월 3일에는 “땀과 희생의 순교”라는 주제로 보두네신부의 영성과 삶, 4월 10일에는 “복된 나눔이요”라는 주제로 복자 유항검의 영성에 대한 특강을 했다.

 그리고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전동성당 130주년 사진공모전>을 개최하였는데 총 응모수가 약 1,000점(사진 758점, 스마트폰 250점)이 넘었으며 이 가운데서 대상 1명, 금상 1명, 은상 2명, 동상 4명 입선 70명을 뽑아서 9월 21일 시상을 한다. 그리고 성서쓰기 및 전시회를 하며 9월에는 숲정이→전동성당→치명자산 코스 도보 순례를 할 예정이다.

 또한 11월 1일에는 ‘전동 작은 음악회’를 열며 11월 4일부터 8일까지는 일본 후쿠오카, 나가사키, 운젠, 유후인, 벳부 등 해외 성지 순례도 하는 등 형식보다는 내용이 알찬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성당 자체적으로 차분한 행사를 준비하고 시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성당 경내는 관광객들로 인하여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도 시 당국이나 문화재청에서는 관광객 숫자만 늘었다고 열띤 홍보를 앞세우면서도 성당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방치한 지 오래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격으로 성당은 어찌 되었든 관광객만 늘면 된다.

 한때는 전주시가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전동성당에 대한 종합정비에 나선다고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성당의 역사·문화경관을 보존하고, 훼손된 경관을 복원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현재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전동성당 부지에 대해 기존 시설물의 복원, 보수, 이축에 관한 내용과 사제관, 수녀원, 관리사무소 등 새로운 시설의 신축 여부, 각종 편의시설의 확충 및 관리계획 등을 포함한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용두사미가 되어버렸다.

 시청이나 문화재청, 지방의원들은 130주년을 맞이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전동성당의 역사박물관 건립, 순교기념관 건립 등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재조명하여 서울에 명동성당이 있다면 전주에는 전동성당이 있다는 범국민적 자부심과 함께 전동성당이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순교지로, 호남 천주교의 정신적 뿌리로 남아 숭고한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성지로 조성하는데 앞장 서주기를 염원한다.

 종교는 성역일 뿐 아니라 부당한 권력과 횡포로부터 자유와 민주를 보호받는 보호막이고 정신적 지주다. 같은 사회 안에서 화해하고 일치하는 힘을 받으며 사랑과 평화를 얻어 세상을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은혜를 받으며 나와 이웃에 필요한 은총을 받는 존재로서 우리 모두의 이상을 모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안도<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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