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원심력은 약하게 구심력은 강하게”
“한반도 평화, 원심력은 약하게 구심력은 강하게”
  • 김장천 기자
  • 승인 2019.04.1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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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창조 아카데미 제4차 강연 - 윤영관 서울대대 명예교수
'제4기 CVO 비전창조 아카데미' 제4기 강연이 11일 본보 6층 대강당에서 열린 가운데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가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최광복 기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곳에 있다. 대륙 쪽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현재도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러시아, 바다 쪽으로는 세계 경제 3위의 일본, 그리고 태평양 건너편으로는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한마디로 세계의 권력싸움에 속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한반도가 새롭게 등장한 핵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전북도민일보 2019년도 제4기 CVO 비전창조 아카데미 제4차 강연이 지난 11일 전북도민일보 6층 대회의실에서 윤영관 서울대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열렸다.

 윤영관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대륙세력과 미국과 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 간 경쟁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핵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강의를 열어나갔다.

 북한 핵 문제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과연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을 자주 왕래한 미국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김정은 스스로도 모를 것이다”라고 말한다.

 윤 교수는 “비핵화 여부는 북한과 미국 간의 상호 작용의 결과일 것이고, 그래서 양쪽이 서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포기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바람직한 자세는 북은 절대로 핵을 포기 안 할 테니 대화는 필요 없고 계속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가 아니라, 핵 포기 가능성이 10%만 되어도 그것을 50%, 100%로 높일 방법을 최선을 다해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북한의 핵 문제를 다루는데 미국은 주로 압박 위주의 정책을 채택해왔다. 우월한 미국의 힘과 국제적 연대를 기반으로 계속 북한을 압박하면 언젠가는 협상테이블에 나와 비핵화를 할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그런데 압박을 할수록 오히려 북한은 더욱더 절박해져서 핵무장을 가속화 했고, 결국 지금은 실질적 핵보유국이 되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는 기존의 미국의 북핵 정책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생각해봐야 하고 보완을 해야 될 때다. 결국 북한 스스로 ‘핵 없이도 잘살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압박 못지않게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해왔다. 1994년 제네바합의의 이행에 대해 북한이 가장 불만스러워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 북미관계 개선 약속을 해놓고도 안 지켰다는 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한을 정치적으로 포용하기 시작했다.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이 정치적 대화를 시작했고 관계개선까지 고려했었지만 임박한 대선 때문에 시기를 놓쳤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두 번씩이나 만난 것은 아직 구체적 성과가 없긴 하지만, 과거의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을 보완하는 방향 선회라는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전제했다.

 그러한 방향 선회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진행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미국은 작년 3월말 폼페이오 당시 CIA국장의 방북이래 지속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를 먼저 해야 경제제재를 풀어주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여기에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미국의 입장이 다소 유연해졌고 스티브 비건 대표는 ‘동시적인 병행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언했었다.

 그러나 하노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해체할테니 실질적으로 모든 제재를 다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것은 비현실적인 요구였다. 미국은 이것을 영변 이외 지역에 산재해있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해체하도록 압박할 미국의 협상 수단을 다 내놓으라는 요구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에 대해 북한의 선 비핵화 후에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이른바 빅딜을 제안했고 북한은 이것을 거부했다며 그동안 진행된 북미회담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윤 교수는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 ‘희망적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그는 희망적 시나리오로 ▲북미 양측의 대화 지속의지 표명 ▲실무협상을 통한 적정 수준의 딜 가능성 ▲핵프로그램 전체의 신고, 검증을 거친 비핵화, 종전선언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정치적 조치 등을 언급했다.

 윤 교수는 수차례에 걸쳐 “원심력은 약하게, 구심력은 강하게”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윤 교수가 밝힌 원심력은 주변 4개(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강대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형국을, 구심력은 남북한 국민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교류·협력하는 정책을 의미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성공사례로 독인 통일을 언급했다. 그는 “주변국(프랑스, 영국 등)은 독일의 통일을 바라지 않았다. 원심력이 너무 강하게 작용했다. 그래서 독일이 취한 행동은 미국의 지지선언을 이끌어 냈고, 이어 러시아에도 막대한 경제지원을 약속하며 지지선언을 약속 받아냈다. 원심력을 약화시킨 것이다. 통일전 20년 동안 상호간 교류강화 정책을 꾸준히 펼쳤다. 구심력을 강화시켰고, 그 결과 통일을 일궈냈다”며 “대한민국 역시 북한 주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하고 지속적인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김장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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