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역습
문명의 역습
  • 박인선
  • 승인 2019.04.14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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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환경사랑공모전 수상작/민성진 윤성민 공동제작/한국환경공단제공 - 해양 쓰레기로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래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
2018 대한민국환경사랑공모전 수상작/민성진 윤성민 공동제작/한국환경공단제공 - 해양 쓰레기로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래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던 첫날, 장바구니 없이 장보기를 하고 나서던 맨손족들의 볼멘소리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걸 맨손으로 들고 가란 말이에요?”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니 당황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경험은 있다. 장바구니를 준비하지 않아서 맨손으로 물건들을 품에 앉고 온 적이 있다. 잠깐 체면은 구겼지만, 학습은 이렇게 조금씩 잡음이 나면서 자리 잡게 되어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비닐봉지 소비량이 420장, 1년에 4장을 사용하는 핀란드 국민들의 사용량에 비하면 105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소비량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경제규모만큼의 사용량이 통계수치로도 나타난다. 한때 중국이 재활용 비닐 수입을 중단함으로써 쓰레기 대란을 맞았던 기억을 생각하면 때늦은 감은 있지만 오늘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환경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탈리아해안가 휴양지에서 향유고래사체가 임신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환경당국이 고래사체를 부검한 결과 뱃속에서는 무려 22Kg이라는 플라스틱과 비닐, 전깃줄 등이 쏟아져 나왔다. 환경부장관까지 나서서 심각성을 설명하고 나섰다. 고래와 바다거북이 하물며 심해어류에서도 플라스틱 미세조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터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플라스틱 먹고 고래죽었다’는 말은 처음이다. 그러나 고래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의 잘못이겠는가?

 여기에도 경제논리가 숨어있다. 재활용 처리 비용이 새로운 생산 비용을 앞지르다 보니 굳이 노력을 배가하면서까지 수거할 필요가 없다. 기업의 이윤창출과 소비자의 편리함이 만든 합작품이다. 쓰레기 처리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단투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과 비닐쓰레기는 조류의 흐름에 유랑자처럼 흘러 다니다가 모여진 곳이 태평양 한가운데 쌓여진 한반도의 7배나 된 쓰레기 섬의 정체라고 한다.

 바다생물들의 안락한 쉼터는 이렇게 불청객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바닷고기들이 가려서 섭취할만한 지능을 가진 것도 아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감싸고 자라난 바다 식물들을 섭취함으로써 소화 기능의 문제로 폐사될 수밖에 없다.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인 사람들의 섭취도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다. 인간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다.

 1907년 이후 플라스틱이 발명되면서 산업화의 발걸음은 가파르기만 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배려는 너무나 부족했다. 일회용은 일반화되고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에서 환경문제는 극대화 되었다. 미세먼지문제가 국가적 관심사가 되었다. ‘문명의 역습’이다 위험신호가 나타나다보니 호들갑스럽다.

 모든 생명계나 물리적 힘이 작용하는 자연에는 피로감이 존재한다. 아무리 단단한 소재의 물질이라도 피로감이 누적되면 단락현상이 일어난다. 지금의 환경문제는 생태계의 한계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의 한계상황을 극복하기위해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호킹박사의 예언이 실감있게 다가온다.

 환경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주인이 아니다. 미래세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빌려 쓰다가 원상태로 돌려줘야 할 우리는 환경에 대한 갑질이 습관화 되어있다. 일회용의 무분별한 사용만이라도 이제 단절해야 한다.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 해가 거듭할수록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표정없는 거리는 삶의 무게마저 무거워 보인다. 환경문제에 우리 모두에게 각성이 필요할 때이다. 

 글=박인선 정크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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