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논, 밭두렁 태우기 그만둘 시기입니다
이제는 논, 밭두렁 태우기 그만둘 시기입니다
  • 이창우
  • 승인 2019.04.11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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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2018.2.11. 군산소방서 비응119소방정안전센터에 배명받아 근무중인 새내기 소방관입니다.

 지난 4. 5 금요일 새벽 3시 강원도 속초 산불지원 출동 지령을 받고, 같이 근무하는 팀장님과 강원도 속초에 다녀왔습니다.

 6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 속초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10시쯤 경동대학교 설악캠퍼스에 도착했습니다.

 임용된지 2개월 밖에 안된 제가 강원도에 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속초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산불이 지나간 자리의 땅과 나무는 모두 새까맣게 타버렸고, 주택을 비롯한 많은 건물들도 무너져버려 남은 것은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그동안 전라북도에서 접했던 산불과 전혀 다른 양상의 강원도 산불 위력과 무서움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경동대학교 설악캠퍼스 내부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소방차량과 대원들이 각자의 임무를 가지고 대기하고 있었으며, 군산소방서 비응 물탱크차가 부여받은 임무는 지원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 소방용수를 지원하는 임무였습니다.

 불이 아직 꺼지지 않은 집, 공장, 상가 등 우리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진압대원들에게 소방용수를 공급했고 탱크의 물이 떨어지면 다시 물을 싣고와 재공급을 하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밤늦은 시간까지 속초 시내의 도로와 주유소는 소방차들로 주변의 식당들은 뒤늦은 식사를 하는 소방관들로 가득했으며, 정신없이 현장과 집결지를 반복하여 움직였습니다. 해가 떨어진 이후에는 이제 시간 개념도 흐려졌고.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쯤, 이제 대부분의 불은 진압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자정이 가까워질 쯤 전북의 전 대원들은 강원소방본부로부터 근무지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다시 새벽길을 달려 군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라북도에서는 2019 1.1 ~ 4. 6까지 68건의 산불이 발생하였습니다. 다행이 강원도처럼 대형산불로 번지지 않고 초기에 진압되어 큰 피해가 없었지만, 언제든지 강원도처럼 대형 산불로 번질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건조기인 봄철에 논, 밭두렁을 태우는 일이 우리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조그마한 불씨가 바람에 의해 산에 옮겨붙어 대형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가 빈번하니 영농철을 앞두고 논, 밭두렁 태우는 일은 이제는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전국적인 화재 대응이란 전국의 소방관이 모두 모여 화재를 진압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힘과 마음을 모으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현장에서의 나는 많이 미숙했고 부족했으며,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자책감도 듭니다. 하지만 내 소방관 생활은 이제 시작이며. 이번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경험과 느꼈던 감정들이 앞으로의 수십 년 소방관 생활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군산소방서 비응119소방정안전센터 지방소방사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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