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언니 오빠들에게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언니 오빠들에게
  • 이다연
  • 승인 2019.04.11 17: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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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편지 쓰기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언니 오빠들에게
3-4 이다연 

2014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해상 근처 제주도를 항해 순항 중이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였습니다. 탑승 인원이 476명. 사망 304. 사망 인원들 중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 교사 12명 사망.

안녕하세요

저는 전주 우림중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이다연입니다.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바다 속으로 잠겨버린 언니, 오빠들.... 다들 기억하시지요? 5년 전 오늘은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설레고 들뜨는 마음으로 세월호에 오른 학생들은 수학여행 목적지인 제주도에 도착하면 뭘 할지 한껏 신난 표정으로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을 겁니다. 저도 작년에 수학여행을 떠날 때 그랬으니 말이죠. 이렇게 즐겁기만 한 시간에 누가 감히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을까요. 차가운 바다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당시 저는 어리석게도 ‘내가 6학년이 되었을 때 수학여행을 못 가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습니다. 단순한 배의 침몰 사고 때문에 주변에서 쉬쉬하고 있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몇몇의 나쁜 세월호 관계자, 담당자들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든다는 사실을 알고 생각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정을 어기고 너무 많은 짐을 실은 사람들, 사고 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어른들,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화가 났습니다. 이런 나쁜 사람들 때문에 언니, 오빠들은 희생당했고, 언니, 오빠들의 유가족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식 생각하느라 맘 편할 날이 없을 것입니다.

한 번만 배에서 내리라고 방송해줬더라면, 선박 위로 올라오라고 말해줬더라면 이런 희생자를 조금이라도 줄였을 텐데. 너무도 착한 언니, 오빠들은 선생님들과 선장이 가만히 있으란 말에 정말 배에서 가만히 있었죠.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희생자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학생들을 대피시키지 않았을까요? 정말 화가 납니다.

정말 물 속에서 언니, 오빠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차가운 바닷속에서 나와보려고 수없이 발버둥치고, 부모님을 얼마나 찾았을지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감히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괴로운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바다에 굴복 한 채 언니, 오빠들은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단원고 학생 2명, 교사 1명, 일반인 2명의 시신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실종 학생의 유가족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아이를 기다리고 있으며, 시신만이라도 수습하기 위해 애써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어서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슬픕니다. 시신을 찾기 위해 어른들이 다시 한 번 진도군 조도면 해상 근처를 수색해 주셨으면 합니다.

언니, 오빠들 비록 졸업하시지 못하고 하늘에 올라가셨지만 올해 2월에 언니, 오빠들을 추모하기 위해 단원고등학교에서 3년 늦은 졸업식을 개최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에 유가족들이 참석하여 진행되었습니다.

“하늘의 별이 된 우리 아들딸, 교과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아야 할 아들딸들을 대신해서 엄마, 아빠들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살아있었다면, 세월호 참사가 없었더라면, 현재 대학졸업반에 있을 우리의 아들딸이었습니다.”

명예 졸업식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렇듯 언니, 오빠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언니, 오빠들을 위해 이렇게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모제들을 통해 언니, 오빠들을 잊지 않고,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세월호 추모 글을 읽다가 ‘합동 분양소에서 당신의 딸에게 적어놓은 편지 中’ 한 엄마가 쓴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것을 놓아서 이리 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다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더 벌어보겠다고 일 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은 거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얘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에 가.“

너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언니, 오빠들은 부모님이 언니, 오빠들 몫까지 더 오래 살다가 하늘에 올라오는 것을 바라죠? 부모님들도 남은 생을 언니, 오빠들을 위해 살아갈 거예요.

주옥같은 언니, 오빠들이 살아생전 하고 싶었던 일들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며 저희가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언니, 오빠들의 후배들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언니, 오빠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언니, 오빠들이 부디 하늘에서는 아무 걱정 없이 잘 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니 오빠들!

부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2019년 4월 16일

전주우림중학교 3학년 이다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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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열 2019-04-12 09:04:38
다연이 편지글을 읽고 눈물이 글썽이는 아침이다. 기억하는것이 학생들을 부활하는것으로 생각한다. 곧 부활절이 다가오잖니?
예나씌 2019-04-11 21:21:10
와...이런분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