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에서 역사의 진실을 읽다
문학작품에서 역사의 진실을 읽다
  • 이소애
  • 승인 2019.04.09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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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다. 붉은 핏방울이 땅에 뚝 떨어진 동백꽃에서 봄소식을 맞는다. 아름답고도 애잔한 나무들이 견디어 온 겨울 소식을 접하다가 숨비소리 같은 새소리에 마음이 아프다.

 달달한 봄바람에 생각이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유혹을 하면 글쟁이는 수첩을 호주머니에 넣고 신발을 신는다. 국어사전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어휘는 ‘찌라시’와 ‘빨갱이’이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육이오를 경험했고 마을 뒷산에서 밤이면 담 넘어 들리는 총소리를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4월의 찬란한 봄은 벚꽃이 수놓는다. 4월의 미움과 상처를 꽃으로 피워내는 벚꽃 그늘에서 두 가지 결심을 했다. 수수꽃다리와 라일락을 분별하고, ‘제주 4·3사건’과 ‘어순 반란사건’에 대하여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마치 마라톤 선수들이 일제히 출발 신호에 따라 출발하듯 모두 한날에 피어 생일이 같은 벚꽃의 화려함에 내가 봄이 된다. 꽃 사이로 바람이 봄의 정령을 업고 오는지 온통 꽃향기에 취해 본다. 피고 지는 꽃도 경쟁하느라고 개나리와 목련꽃과 함께 피어 캔버스에 옮긴 유채화 같다.

 벚꽃에 취하다가 진해 보타닉뮤지엄에서 잠시 틈을 내어 나무를 관찰하였다. 수수꽃다리와 라일락 그리고 미스킴라일락을 한 곳에서 비교 분석하면서 단단히 새겨두었다. 원뿔 모양의 꽃의 차례에 달리는 꽃의 모양이 수수를 닮아 수수꽃 달리는 나무란 뜻의 ‘수수꽃다리’라 한다. 잎은 마주하고 넓은 달걀모양이며 잎 길이와 폭이 비슷하고 끝이 뾰족하게 생긴 나무가 수수꽃다리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우리나라 토종인 수수꽃다리를 미국으로 반출되어 품종 개발된 나무는 ‘미스킴라일락’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어 만지고 싶도록 아담한 수형을 뽐내고 있었다. 1947년 미국인 식물 채집가가 북한산에서 야생의 수수꽃다리(털개회나무) 종자를 채취해 미국으로 가져가 원예종으로 개량했다고 한다. 재밌는 미스킴라일락 이름은 한국 근무 당시에 함께 근무했던 사무실 여직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진한 향기와 병충해에 강해서 인기라 한다. 1970년부터 비싼 사용료를 물어가며 역수입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라일락은 잎 길이가 폭에 비교해서 긴 편이다.

 내가 수수꽃다리와 라일락을 변별할 수 있게 되듯이 ‘제주도 4·3사건’과 ‘여순반란사건’의 발생원인을 자료를 찾아 읽어보았다.

 ‘제주도 4·3사건’을 소재로 한 현기영의 중편소설인 <<순이 삼촌>> 을 다시 읽으면서 1948년 4·3사건을 체험하는 것 같았다. 1978년에 발표한 사실주의 중편소설이다. 수년 전에 읽었지만, 기억이 흐릿해서 다시 탐독했다.

 지나간 시대의 역사 속에서 왜곡된 부분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분석하는 작가의 정신에 고개 숙어진다.

 예술이 세상을 바꾸는 데에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지 실감했다. 대단하신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목숨을 걸고라도 진실을 말하고 싶은 양심적인 작가가 있어서 뿌듯하다.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쓰러져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그 상징으로 여겨지는 꽃, 동백꽃은 슬프도록 몸을 휘감는다.

 ‘여순반란사건’이라고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1995년부터 ‘여수 순천 사건’ 또는 ‘여수 순천 10·19 사건’이라고 말한다.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빚어진 민족사의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그동안 두 사건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해주는 이가 없었다. 아니 내가 관심이 없었던 것일 거다.

 역사의 진실을 후손에게 알릴 문학의 사명도 지구를 흔들 정도로 위대하다.

 이소애<시인/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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