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 처벌 강화 ‘임세원법’ 국회 통과에 부쳐
의료인 폭행 처벌 강화 ‘임세원법’ 국회 통과에 부쳐
  • 김형준
  • 승인 2019.04.0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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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인을 폭행하는 사람의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임세원 법(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5일 국회를 통과했다. ‘임세원 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에 대한 폭행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건뿐 만아니라 영상이 공개되어 화제가 된 익산병원 응급실 의사 폭행사건 등 최근 진료중인 의료인(의사, 간호사 등)에 대한 폭행사건이 끊임없이 늘어나면서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져 정치권에서 여야 이견 없이 입법 작업에 나섰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의료인이 직무(진료 등) 중 폭행으로 사망하면 가해자를 무기 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의료인이 폭행으로 가벼운 상해라도 입은 경우 가해자는 각각 7년 이하의 징역 및 벌금 1,000만원이상, 골절 등의 중상해를 입는 경우 7,000만원이하의 벌금과 3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의 처벌을 받는다. 또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이유로 처벌을 감경하는 주취 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의료법 개정안은 재석 의원 202명 중 199명의 찬성으로 가결될 정도 여야 이견이 없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한 날부터 바로 시행된다. 그 외에도 올 하반기부터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과 정신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인과 환자 안전을 위한 비상문, 비상벨 등 보안 장비를 설치하고 보안 인력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국회는 또 다른 ‘임세원 법’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정신건강복지법)’도 의결했다. 일부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직권으로 정신건강 복지센터에 통보해 지역사회에서 지속해서 재활ㆍ치료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개정안에는 종전 ‘외래치료명령제도’의 명칭을 ‘외래치료지원제도’로 변경하고, 그 치료 지원 대상을 현행 정신의료기관 및 정신요양시설 입원·입소자에서 퇴원·퇴소 후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정신질환자까지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정신의료기관의 장 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이 환자를 발견할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외래치료의 지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도 담겨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지역 내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임세원 법’ 통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응급실뿐 아니라 일반 진료실처럼 같은 공공적 서비스가 제공 되는 의료현장에서 폭력사건은 단순히 피해자인 의료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진료를 받아야 하는 다른 무고한 환자들에게 2차, 3차의 피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그동안 공권력이나 법의 태도가 너무 안일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개선했다는 것이 첫 번째 의의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신보건측면에서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수용위주의 치료정책에서 탈원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퇴원 후 치료가 중단된 환자를 지원, 관리하기 위한 제도가 미비하지만 마련된 것도 나름의 의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률의 개정안을 두고도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의료인에 대한 폭력을 강화한 내용에서 반의사처벌 규정폐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의료계는 유감을 표하고 있다. 즉, 피해자인 의료인의 처벌의사를 확인해야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 그대로 살아있음으로 인하여 오히려 피해자가 합의 강요나 보복을 두려워하는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기관의 비상문, 비상벨 같은 보안시설의 보강과 보안인력의 배치에 따른 재원을 국민건강보험에서 충당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국가가 예산을 통해 해야 할 문제를 ‘소비자’들의 기금인 건강보험을 이용해 충당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원래 목적에도 안 맞고 예산의 출혈 없이 손쉽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꼼수이며 ‘문재인케어’ 등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실한 보험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이다. 한편 정신의학계에서는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말하고 있다. 재작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지나치게 까다롭고 비현실적인 정신의료기관 입원절차는 그대로 둔 채 단순히 퇴원 후 ‘외래치료지원’에만 그친 개정안은 실질적으로 자타해의 위험성이 높은 초발병 중증 정신질환자나 급성기 환자, 그리고 치료가 장기간 중단된 중증 환자를 관리하는 데에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안타까운 사건으로 사망한 故 임세원 교수의 유족들은 그의 죽음이 환자의 생명과 고통을 다루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위험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의 안전을 살피는 계기가 되고 한편, 정신장애로 마음의 고통을 받는 정신과 환자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 없이, 누구나 쉽게, 정신적 치료와 사회적 지원을 받기를 원한다는 호소를 하였다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유족들의 뜻이 이번 그의 이름을 딴 ‘임세원 법’을 통해 그 의의는 훌륭히 살리고, 미비점은 보완하여 잘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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