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관하여
‘생명’에 관하여
  • 최정호
  • 승인 2019.04.0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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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생명’현상과 질병에 관한 학문이다. 사실 생명현상은 전 우주적으로도 기이한 현상이다. 삶과 죽음에 익숙한 우리는 생명현상을 매우 친밀한 세계상으로 경험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축적된 과학적 지식의 덕분에 전 우주적으로 이러한 생명이 아주 특별한 사건임을 알고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반역하여‘생명체’는 외부로부터 가용 에너지를 공급받아 생명체의 엔트로피 증가를 억제하여 무질서로 향하는 자연의 법칙을 거부하고 ‘질서’를 유지하여 존재를 계속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생명체는 또 자동차도 비행기도 만들고 휘발유라는 에너지원을 사용하여 마치 생명체처럼 시공간으로 사라지지 않게 한다. 생명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무척 현대적이고 과학적이다. 이러한 관점은 물리학과 열역학 그리고 우주론에 이론적 근거가 있다. 그러나 어떤 ‘해석’도 그 해석을 하는 자의 주관적 관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를 과학에서 “모든 관찰은 이론에 의존적이다.”라고 표현한다. 유적 답사가 유홍준은 비슷한 맥락에서 “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생명’에 관한 개념도 마찬가지이다.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생명이란 단백질의 존재방식이다’ ‘생명이란 자기 복제를 하는 존재로 동적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 ‘분자 기계이다.’ 등등 생명에 대한 정의는 ‘이론’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모로비츠는 “생명은 개별적 유기체의 속성이 아닌 행성의 속성이다” 라고 까지 나아간다. 이는 유기체의 진화가 환경에서 자기조절기능을 지닌 생물권으로 변해간 지구표면의 변화에 맞춰 진행했다는 가이아 이론에 근거한다. 과거에는 잘 모르는 것을 의인화하여 신화로 설명하고자 했다면 현대는 과학 껍질을 입혀야 약발이 받는다. 어쨌든 의학의 풍경은 생명의 팔레트에 그려지는 그림이다.

 의학의 관심사인 우리의 ‘몸’ 혹은 ‘인간’을 과거에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우리의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을까? 아니면 하나일까? 눈으로 보이고 손으로 만져질 수 있는 내 몸과 도무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내 마음이 다름을 옛날 사람들이라고 모를 리 없지 않겠는가? 생명을 알고자 한 우리에게 몸과 마음의 문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마음은 혼백(魂魄), 영혼(靈魂) 이라 불리며 몸과 분리된 비물질적인 어떤 원리로 간주하였다. 동아시아에서 혼백은 기(氣)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람이 죽으면 육체가 썩어 없어지듯이 혼백 혹은 영혼도 흩어진다고 생각했다. 한문을 더 풀이하자면 혼(魂)은 서양의 영혼과 비슷하고, 백(魄)은 육신에 가까운 개념이다. 플라톤은 육신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 영혼이라 하며 영혼은 불멸한다 생각하였으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좀더 애매하게 육체와 영혼이 함께 존재하며, 육체 없는 영혼의 불멸을 인정하지 않았다. 육체와 영혼의 관계가 어려운 것은 누가 뭐라고 주장하던 실제 ‘영혼’을 보거나 만져본 사람이 수천 년의 역사속에서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비물질적인 ‘영혼’을 어떻게 물질적으로 감각할 수 있겠는가? 몸과 마음에 대한 개념은 의학이란 건축물의 설계도 이자 기본 벽돌이다. 몸과 정신이 두 가지 실체라는 데카르트의 기계적 이원론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영혼>의 해방으로 가는 필연적 기착지였다. 병리학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의 피르호는 19세기에도“나는 수천 구의 사체를 부검했지만 영혼이 거주하는 곳을 찾지 못했다”고 하여 <영혼>논쟁의 공허함을 토로했다. 이제 사람들은 우리의 <정신>을 정신과나 신경과에서 돌봐야 한다고 알고 있다. 사제가 아닌 의사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영혼>은 이제 구제해야 할 불멸의 실체가 아니라 위안과 치료가 필요한 <몸>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몸과 정신의 연결고리는 얼떨결에 <송과선>이라고 주장했던 데카르트 이후에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과거에는 모든 학문이 신학의 시녀였다면 현대는 과학에 복종한다.

 우리의 몸이 어떤 구조와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론’에 의존적으로 우리의 몸이 관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학은 수천 간 같은 몸을 두고 다르게 관찰되고, 진찰되며, 치료됐다. 각각의 시대에서 그 공동체가 공유하는 지식체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 의학의 풍경은 그 시대의 과학, 문학, 철학, 종교 등 모든 학문의 물감으로 그려진다.

 최정호 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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