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草衣)의 제다(製茶)와 장다(藏茶)
초의(草衣)의 제다(製茶)와 장다(藏茶)
  • 이창숙
  • 승인 2019.04.07 18: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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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 <50>

 4월, 곡우를 전후해 차 산지에서는 차 만들기가 한창이다. 그해의 강우량과 일조량에 따라 차나무의 생육상태가 다르니 차를 만드는 시기도 조금씩 조절된다. 이렇듯 자연이 만들어준 찻잎은 매년 사람의 손을 거쳐 우리에게 다가온다. 차는 참으로 오묘해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신중해야 차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차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관심은 차를 만들고 마시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거리이다.

 한국의 다성 초의(1786~1866)가 『동다송』에서 말하는 제다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새로 딴 잎에서 쇤 잎을 가려내고 뜨거운 솥에서 덖는다.

  솥이 뜨거워지기를 기다려 찻잎을 넣어 급히 덖는데, 불을 늦출 수 없다.

  잘 덖어지면 바로 찻잎을 꺼내서 광주리에 넣고 가볍게 비비다가 털면서 비빈다.

  다시 유념한 찻잎을 솥에 넣고 점점 불 온도를 줄여가며 건조하는 것이 차를

  만드는 법도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차의 현묘함이 있으니 말로 드러내기 어렵다.”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찻잎을 따는 시기와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명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찻잎 따기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초의는 찻잎을 딸 때, 전날은 날씨가 맑아야 하며, 이슬이 많이 내린 날이 정기가 맑아 기운이 좋은 찻잎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찻잎을 채취하면 그 속에서 쇤 잎을 가려내야 한다고 한 것으로 보아 찻잎의 상태가 일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찻잎 선별이 끝나면 찻잎을 솥에서 덖어야 한다. 이때 솥의 온도가 중요 하다. “뜨거운 솥에서 찻잎을 덖어야 하며 불의 온도를 늦출 수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불의 온도 조절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덖은 찻잎을 잘 비벼서 차가 완성되었을 때 잘 우러나게 해야 한다. 초의는 찻잎을 비비는 과정에서 “잘 털면서 비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건 과정이다. 초의는 “불의 온도를 줄여가며 차를 건조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차의 현묘함이 드러나니 말로 드러내기 어렵다”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초의의 제다 과정은 찻잎채취에서 덖음과 유념(비비는)과정을 거쳐 다시 솥에서 재건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차는 보관을 잘해야 한다. 습기나 바람·잡향(雜香)의 침범을 막아 오래 보관하여 색과 향기와 맛이 잘 보존되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차를 즐길 수 있다. 차는 접물성(接物性)이 강해 다른 냄새나 습기에 노출되면 차의 맛과 향기가 변하기 때문에 차를 보관하는 것 또한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차 애호가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초의 역시 차를 보관하는 방법인 장다에 대해 『다신전』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죽순 껍질과 종이를 이용하여 여러 겹으로 단지의 입구를 팽팽하게 봉한다.

  그 위에 불에 묻었다가 식힌 벽돌로 꾹 눌러둔다.

  다육(茶育)속에 차를 넣어두고 일체 바람이나 불기운을 가까이하지 말아야 한다.

  바람을 쏘이면 차가 냉해지기 쉽고 불이 닿으면 누렇게 된다.”
 

다육(茶育)은 당(唐)대에 육우(陸羽, 733~804)의 『다경』에 나오는 제다도구 이다. 이것은 “차를 일시적으로 보관하거나 차의 남아있는 습기를 제거할 때 쓰는 다구”이다. 이때부터 다육을 설치하여 차를 보관하였다. 초의는 차의 보관을 『동다송』에서도 강조한다. “누가 알겠는가. 향기롭고 참된 차의 색과 향기가 한 번이라도 오염되면 차의 진성을 잃는다”라고 하였다. 이렇듯 선인들은 차의 색·향·미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범해 각안(覺岸 1820∼1896)의 「초의차」에 “죽피(竹皮)로 단단히 쌌네”라는 것으로 보아 초의도 차를 보관할 때 죽피를 사용한 듯하다. 조선 후기에는 차를 질항아리와 죽피, 나무통 등에 보관하였다.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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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19-04-16 03:37:48
곡우는 24절기중 하나. 중국 24절기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임.

http://blog.daum.net/macmaca/2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