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
성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4.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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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깊은 영화에 관한 생각을 하나로 결집하는 장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재)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재)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5월 2일부터 11일까지 전주 영화의거리 내 상영관과 한국전통문화전당, 팔복예술공장, 전주라운지 등에서 총 52개국 262편의 영화로 만난다.

 영화제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3일 열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제의 슬로건이 공개되고, 각 섹션별 프로그램과 제11회 전주프로젝트마켓,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등이 소개됐다.

 이날 공개된 슬로건은 지난 몇 년간 영화제가 사용했던 ‘영화 표현의 해방구’에 ‘영화’와 ‘표현’사이에 쉼표(,)를 추가한 ‘영화, 표현의 해방구’였다. 작은 변화지만, 영화와 표현, 해방구를 각각 강조하면서, 다양한 영화의 표현 방식들이 열리고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슬로건과 지향점은 전통적인 영화 형식과 상영의 방식을 탈피한 프로그램과 전시, 축제와 경험, 이벤트 등으로 드러날 예정이다.

 먼저, 운영적인 측면에서의 변화가 있다. 올해는 영화제 주요 공간을 팔복예술공장으로 확장한다. 최적화된 전시공간에서 최상의 관람환경을 제공해 전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 그 너머의 신선한 충격을 외부에 소개하는 기회를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이 공간에서는 현대영화의 확장된 실험적인 경향을 반영한 ‘익스팬디드 시네마’를 더욱 진화된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선보인다.

 영화를 주제로 한 대형 공연과 다양한 관객 이벤트를 전방위적으로 배치해 관객 친화적 영화제를 구현하는 것도 목표다. 각 섹션과 관련된 특별 공연을 전주 돔에서 진행하고, 관련된 전시와 코스튬 플레이를 전주라운지에서 선보이면서 영화제의 분위기를 돋운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시상부분도 새롭게 정비해 한국경쟁에서는 배우상을 신설하고, 국제경쟁부분도 새롭게 시상부분을 확대했다”며 “전주돔이 있는 전주라운지를 다채롭게 꾸며 많은 이벤트들이 영화제에서 행해지도록하고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측면에서는 페스티벌의 정체성과 비전을 미래지향적으로 제시한다.

 20주년 특별 프로그램 ‘뉴트로 전주’는 지난 20년간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을 만들었던 감독들을 대거 초청하는 섹션이다. 총 22명의 감독들이 전주를 방문해 신작을 상영하고, 작가의 영화적 비전을 제시한다. 이는 영예로운 과거를 회고하고 추억하는 후일담이기 보다는 작가의 미래, 전주의 미래, 영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해 한국영화사를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한국영화를 20세기와 21세기로 나눠 재평가하는 기획으로, 예술적으로 새로웠고 시대의 부조리에 맞섰던 영화 25편을 선정해 보여준다.

한국과 해외의 주요 다큐멘터리가 큰 비중으로 편성된 점도 주목된다. 올해는 한두 개의 경향으로 묶을 수 없는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이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섹션에서 상영된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끈질기게 취재해는 온 ‘삽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김복동 할머니의 오랜 투쟁으로 점철된 삶을 다룬 ‘김복동’ 등은 각각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에서 제작한 저널리즘의 근기가 살아있는 문제적 다큐멘터리다.

 또 미국 정부가 멕시코 국경에 설치하려는 난민 방지 장벽을 소재로 한 정희도·이세영 감독의 ‘침묵의 장벽’, 일본 적군파 세대의 테러리즘을 조망한 김미례 감독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 이강길 감독의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등 국내외의 첨예한 이슈를 세세하게 파고든 작품도 있다.

 개막작으로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각본상)을 받은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의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를 상영한다. 질주하는 청춘의 모습과 이면을 고전적인 스타일의 영상미를 통해 포착해낸 작품이다.

 폐막작으로는 이스라엘 출생의 기 나티브 감독이 만든 실화를 바탕에 둔 작품 ‘스킨’이 선택됐다. 스킨헤드족들 사이에서 성장한 폭력적인 삶에 찌들어 있던 한 인간이 구원자를 만나 변화되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작품이다.

 전주가 제작 지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19’를 통해서는 총 4편의 영화가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도극장’의 전지희 감독과 배우 이동휘, ‘불숨’의 고희영 감독, ‘아무도 없는 곳’의 김종관 감독 등이 무대에 올라 직접 자신들의 영화를 소개했다.

 고희영 감독은 “제주 해녀를 담은 전작 ‘물숨’을 찍고 다시는 물을 찍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 작품은 ‘불숨’이었다”면서 “촬영 중에 카메라 렌즈가 녹아버리는 일도 있고 힘들었는데, 다행히 전주에서 힘을 보태주는 바람에 늦게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20주년을 맞은 전주영화제가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신인감독과 새로운 경향의 발굴, 그러한 영화에 대한 가치 부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좀 더 젊어지고 새로워지는 영화제를 지향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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