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4.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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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편의 동시 엉뚱한 상상으로 생기는 재미

“안경 안녕, 세수하고 만나!/ 안경 안녕, 머리 감고 만나!/ 안경 안녕,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만나!/ 근데 안경, 어디 있는 거니?/ 아 아니, 네가 왜 내 발밑에 있는 거니?/ 흑흑, 안경 안녕 잘 가!”「안경_안녕」 전문

 ‘안경과 안녕’첫말이 같은 것 빼고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생뚱맞은 단어들이다.

  하지만 첫말을 잇자 신기하게도 안경과 안녕 사이에 이야기가 술술 이어진다. 짧고도 리듬감 있는 문장, 라임이 맞는 노래 같은 말들로 시가 단숨에 탄생하는 것이다.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비룡소·1만1,000원)’에는 바로 이 같은 우연이 빚어 낸 상상, 유머, 엉뚱함이 독특하고도 즐거운 시로 이어진 총 40편의 첫말 잇기 동시가 수록돼 있다. 첫말이 같은 단어로 따지자면 80개인 셈인데, 그간 시인이 쌓아 온 유머와 따뜻함, 엉뚱 발랄함이 응집된 동시집인 셈이다.

  ‘오이_오싹오싹, 바나나_바느질, 오리_오빠, 책상_책임’등 시 제목만 봐도 재미난 첫말 잇기 게임 형식이다. 친구끼리, 부모님과 함께 앉아 척척 호흡을 맞춰 놀 수 있는 그야말로 말놀이가 가능해져 자연스럽게 우리 말의 재미난 규칙과 발음 연습도 해 볼 수 있다.

또 시를 읽는 것도, 짓는 것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말 잇기 형식의 재미난 동시를 알려주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반복되는 구조의 시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단어를 찾아, 자기만의 시를 스스럼없이 쉽게 짓게 되는 것이다.

 실제, 초등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는‘말 잇기’는 아이들이 다양한 어휘를 자연스럽고도 적극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자, 모국어를 즐겁고 색다르게 접하게 하는 훌륭한 놀이다.

 여기에 서현 작가가 그린 네 컷 만화 형식의 일러스트는 시의 내용과 구조를 명확하고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시보다 더한 엉뚱함으로 다양한 의미로까지 해석해 볼 수 있다.

 박성우 시인은 시를 읽는 어린이들에게 “우리말에는 첫말이 같은 말이 많습니다. 무심코 ‘상상과 상자’를 이어 보니, 놀라운 일들이 일어 났습니다. 자, 이번엔 여러분이 첫말 잇기 상상 상자를 열어 볼 차례입니다”라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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