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
황혼 이혼
  • 이상윤 논설위원
  • 승인 2019.04.0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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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낱말을 맞추는 한 TV의 노인 예능프로그램에 노부부가 "천생연분" 단어를 놓고 할아버지가 우리 같은 사이를 뭐라고 하지? 할머니에게 묻는다. 대답은 "웬수"라고 한다. 당황한 할아버지가 손가락 넷을 펴면서 네글자라고 하자, 대답은 "평생웬수"였다.

▲ 천생연분으로 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화목하게 살자고 한 맹세는 노인이 되자 평생웬수(?)가 된 셈이다. 웃자고 한 말일 것이라고 여기지만 씁쓸한 마음이다. 부부는 평생을 함께 보낼 반려자다. 지난해 황혼 이혼 건수가 전체 이혼 건수의 30%를 넘어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 지금 노인층들의 결혼식 주례사에 가장 많이 강조되고 있는 표현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화목하게 살라는 말이었으나 이제는 파 뿌리 되도록 살다가 갈라지는 세상이다. 수명이 짧았던 조선 시대만 해도 부부가 60년 회혼(回婚)까지 해로 한다는 게 흔치 않았기에 회혼례를 성대하게 치렀다고 한다.

▲ 이제는 기대수명은 늘었으나 황혼이혼 급증으로 회혼례를 맞는 부부가 흔치 않은 세상이다. 배우자의 만족도를 보면 결혼 초기에 최고점을 이루다 나이가 들수록 하향 곡선을 긋다가 노년기를 맞으면서 만족도가 다시 올라간다고 한다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 황혼이혼도 크게 늘지만 황혼 재혼도 늘고 있다고 한다 . "부부란/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깃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해서 모기를 잡는 사이다" 어느 시인의 "부부" 예찬가가 평생웬수로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100세 시대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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