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의 소중함
나무와 숲의 소중함
  • 고재흠
  • 승인 2019.04.02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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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목일은 숲을 사랑하고 나무를 심는 기념일로, 매년 4월 5일이다. 식목일을 이날로 정한 것은 24절기의 하나인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날(음력 2월 25일)이자 조선 성종(成宗)이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1493년)이 바로 이 날이라는 것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식목 행사가 시작된 것은 1911년 조선총독부가 4월 3일을 식목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신학기를 맞은 학교에서는 식목 방학이라 하여 1주일 정도 나무를 심는 기간을 학생들에게 주기도 하였다. 그러다 1946년 미 군정청이 4월 5일을 식목일로 제정해 오늘날까지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삼림은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가치 외에도 목재 생산 등 각종 부산물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우리나라가 1946년 식목일을 정해 국가적으로 나무를 심어오는 등 꾸준한 노력을 한 결과 민둥산이 사라지고 산에 나무가 많아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봄철 나무를 심는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오히려 잘 가꿔진 숲을 일시에 잿더미로 만드는 산불이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부터는 식목일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사정은 더 나빠졌다. 달력에 ‘빨간 날’이 사라진 뒤로는 식목일마저 사람들에게서 잊히고 있는 것이다.

더워지는 지구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 감축과 더불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매년 6400만㏊ 숲이 파괴돼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지구의 허파가 조금씩 잘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잘 가꿔진 숲에 있는 큰 나무 한 그루는 네 사람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산소를 공급해주며, 산림 1㏊는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연간 16t 흡수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식목일 날짜 변경 논란이 일고 있다. 4월에 나무를 심으면 5월과 6월 봄철 가뭄을 겪게 돼 나무 생육에도 좋지 않다는 것. 나무에 물이 오르는 3월초가 나무 심기의 최적기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식목일 제정의 목적은 나무심기를 권장하고 이를 통해 국토를 푸르게 하는 것이다. 식목일 제정 목적에 부합하려면 식목일 날짜도 현실성 있게 3월로 당기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에 관해 산림청 관계자는 “식목일은 기념일로 받아들이고, 지역 환경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나무를 심으면 된다.”며 “식목일 제정 의의 등을 고려했을 때 날짜 변경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식목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심기만 할 게 아니라 심은 나무를 잘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임업진흥원이 일부 강원지역 산림을 조사한 결과 62%가 과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보호에만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간벌과 벌목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림은 주기적으로 간벌·벌목하지 않으면 그 효용이 떨어진다. 이미 한국의 숲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급격히 노령화되고 있다. 늙어버린 숲은 탄소 흡수력과 수자원 저장 능력이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벌목비율을 5%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오래된 나무들은 베어내 자원으로 활용하고, 그 자리엔 환경과 경제성을 고려한 새 수종을 심어 숲의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나무는 인간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나무가 만드는 산소 없이 인간은 한순간도 생존할 수 없다. 대기 오염을 정화하는 것은 물론 홍수와 산사태를 예방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또한 나무다.

그러나 그토록 고마운 나무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형편없다. 인간 욕심을 채우기 위해 오늘도 얼마나 많은 숲이 사라지고 있는지 모른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도 많은 부분 산림이 줄어든 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지구 전체가 필요로 하는 산소의 20%를 공급하는 아마존 밀림이 지금 추세대로 계속 개발된다면 50년 뒤에는 전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을 넘어선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여가를 이용해 울창해진 숲을 자주 찾는다. 최근에는 치유와 교육의 목적으로 숲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나무와 숲, 그리고 나무와 숲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산림을 푸르게 가꾸어 나가자.

 
고재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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