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산은 산이요
  • 김동수
  • 승인 2019.04.0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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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이 말씀은 700년 전 중국의 야부(冶父)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부처님이 어디에 계신단 말인가?”(山是山 水是水 佛在何處)라는 질문성 화두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런데 성철 스님이 그 중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앞의 구절만 인용하였기 때문에 이 문구가 더욱 어려워 그 뜻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산과 물에 대한 인식의 세계를 흔히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첫 단계가 눈에 보이는 대로, 곧 산을 산으로, 물을 물로 인식하는(山是山 水是水) 감각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의 산과 물을 다른 현상, 곧 이것과 저것을 분별하여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색(色)의 단계이다.

 그러다 참선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산과 물의 경계가 허물어져 산이 산이 아니고(山不是山), 물이 물이 아닌(水不是水), 가치전도의 단계, 곧 산인 줄 알았더니 산이 아니고, 물인 줄 알았더니 물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러다 마지막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어느 곳에 머물러 있든 산에서는 산이 되고, 물에서는 물이 되는(山是山 水是水) 중도(中道)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는 대긍정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의 세계가 된다. 겉으로는 같아 보이지만(山是山 水是水), 첫 단계의 산과 물이 ‘감각적 분별’의 세계라면, 이곳에서의 산과 물은, 2차적 부정과 통찰의 과정을 거쳐, 공과 색이 연기(緣起)되어 차별을 두지 않는 원융무애 공성(空性)의 세계가 된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1단계가 깨달음 이전 분별의 단계, 예컨대 ‘이것은 밥이고 저것은 똥이다.’와 같은 상대적 세계라면, 2단계는 ‘밥인 줄 알았더니 나중엔 똥이 됨’을 깨달아 감각적 현상을 부정한 통찰(깨침)의 단계이다.

 그러다 3단계에 이르게 되면, 지금은 ‘밥’의 형상이지만 곧 ‘똥’이 될 것이고, 지금은 ‘똥’이지만 이것이 머잖아 먹거리의 거름이 되어 다시 내 입에 밥으로 들어오게 됨을 알아 그것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중도의 세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의 경지인 선(禪)의 세계는, 결국 세간으로 돌아와 세간 속에 법신이 들어 있는 ‘현상의 법신관’, 곧 이 모든 것을 통찰, 니르바나에 입처개진하고 있는 진공묘유(眞空妙有) 중도의 세계가 아닌가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야부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부처님이 어디에 따로 계신단 말인가?’라고 반문했고, 성철 스님은 그 앞 구절을 인용하여 법당 안에서만 부처님을 찾는 불자들의 어리석음을 꾸짖으신 것이다. 때문에 선사들이 말씀하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에서의 ‘산’과 ‘물’은 고정된 실체로서의 산과 물이 아니라 결국에는 공성(空性)으로 되돌아갈 임시·가변적 존재로서 놓여 있는 산과 물, 법신(法身)으로서의 산과 물인 셈이다.

 보다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들은 밖에 드러나 있지 않고 그 내면에 있다. 하지만, 밝은 ‘혜안의 눈’으로 보고 들으면 그것들의 실체가 보이고 들릴 것이다. 수증기는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다시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눈(雪)이 되고, 얼음이 되어 갖가지 형상[色]으로 우리의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있다. 그러니 물[色]과 수증기[空]를 누가 그 본질에 있어 다르다 하겠는가? 그러고 보면, 수행이라고 하는 것도,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에는 물질(色)을 통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공(空)의 진리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요, 현상에서 본질을 꿰뚫어 가는 통찰이며, 번뇌 망상에서 고요한 니르바나의 세계를 찾아가는 중도의 탐색과정이 아닌가 한다.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나름대로 성품을 지니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산과 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봄과 동시에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진상(眞相)과 허무의 빈 껍질을 동시에 꿰뚫어 보는 안목, 그것이 성철 스님이 말씀하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의 세계가 아닌가 한다. 여기에 잠시 너와 나, 그리고 산이 있고 물이 있을 뿐이다.

 김동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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