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혼자 서려는 외나무’가 되겠다는 것인가
경기도는 ‘혼자 서려는 외나무’가 되겠다는 것인가
  • 이인숙
  • 승인 2019.04.01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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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언 속담에‘외나무가 되려면 혼자 서고, 푸른 숲이 되려면 함께 서라’는 게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우리의 정서와 궤를 같이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계절, 봄의 입구에서 인디언 속담을 꺼낸 것은 “경기도는 외나무가 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경기도는 최근 5급 승진자 교육과정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겠다며 행정안전부에 승인을 요청해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그동안 국가 전문교육기관인 완주군 이서면의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 교육을 위탁해 왔는데, 교육시기가 늦어져 인사업무에 차질이 발생하고 원거리 교육에 따른 여비도 과다 지출되고 있다는 이유다. 또 경기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체교육을 하겠다는 논리다.

 현재 인재개발원에서 교육받는 전국 지자체의 5급 승진 후보자는 작년 기준 시 3천800여 명으로, 이 중에서 경기도 소속이 16%에 근접하는 600여 명을 웃돈다.

 이들이 완주군 이서면에 오지 않고 자체 교육을 통해 경기도에 체류하게 된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당장 정부를 믿고 문을 열었던 완주군 이서면 내 하숙마을이나 영세 소상공인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의 이중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경기도가, 그것도 여비 지출과 자신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앞세워 국가 전문기관에 교육자 파견을 거부하겠다니‘혼자 서려는 외나무’와 다를 바 있겠는가. 경기도의 논리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지방자치 인재개발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기도 수원에 있었고, 그동안 전북지역 공무원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군말 없이 경기도로 올라가 여비를 지출해왔다.

 그런데 입장이 바뀌자“경기도 경제를 위해 교육자원을 파견하지 않고 자체 운영하겠다”고 말하니, 약자의 설움을 외면하는 부자의 욕심을 떠올리게 한다.

 경기도는 특히‘지방분권’을 언급하며 자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낙후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분권’이라면‘분열’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지방분권의 실 취지는 중앙의 권한과 예산을 지방으로 내려줘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힘이 센 지방(경기도)이 열악한 곳(전북도)의 특수성을 배려하지 않고 아전인수식 설명을 곁들여“우리는 우리끼리 다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분권이 아니다. 그것은 분열과 분란만 초래할 뿐이다.

 진정한 지방분권은‘희생’이 아닌‘상생’을 전제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 전남 여수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시도지사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삼았다”며“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방분권은‘지방과 수도권이 함께 잘사는’이란 어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쉽게 말하면‘상생 분권’을 강조한 셈이다.

 경기도의 자체교육 주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정면충돌하는 것이며, 국가 균형발전이나 국가 시책교육의 통합성이란 거시적 목표와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경제지표의 총화인‘지역총생산(GRDP)을 놓고 볼 때, 경기도는 2016년 기준 시 372조원을 기록해 전국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전북은 경기도의 12.6%에 불과한 47조원 수준으로 12위에 머물렀다. 이런 경기도가 지역경제를 운운하며 자체교육을 승인해 달라고 행안부에 건의했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완주군과 완주군의회, 하숙마을과 지역 소상공인들은‘생계’와 직결되는 절박함 속에 경기도가 스스로 자체교육을 철회하거나 행안부가 반려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절규를 외면하고 분권을 말한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행안부도 문 대통령의‘함께 잘사는’분권을 생각한다면 경기도 건의를 반려하는 게 마땅하다.

 경기도는 혼자 독야청청 하는 외나무가 되지 말고, 다른 지역과 함께 사는 푸른 숲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인숙<완주군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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