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와 도시재생, 그리고 주민 참여
문화도시와 도시재생, 그리고 주민 참여
  • 이태호
  • 승인 2019.03.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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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문화도시’가 단연 화두(話頭)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와 지방분권화에 의해 도시 간에 개념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도시 규모와 상관없이 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도시마케팅의 일환으로서 ‘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차별적이고 고유한 전략들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8년 12월 말에 지역별로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역을 활성화하고 주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하기 위한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첫 예비주자들을 선정한 바 있다. 선정된 지자체로는 김해시, 남원시, 대구광역시, 부천시, 부산 영도구, 서귀포시, 원주시, 천안시, 청주시, 포항시 등 총 10곳이었다. 이렇게 선정된 지자체 10곳은 지역별 문화자원과 지역고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특성화된 문화도시 비전과 사업계획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처럼 하나의 도시가 문화예술관광 명품도시인 ‘문화도시’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문화자산 등 지역적 특성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문화적인 도시재생사업과 지역적인 문화예술 콘텐츠 등이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지역민들과의 공감과 가치 공유를 통한 자발적인 참여일 것이다.

 이처럼 문화도시는 지역적 특성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인 도시재생’과 ‘지역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전제로 공감과 가치공유’를 그 핵심가치로 삼고 있고 이러한 핵심가치는 사업의 성과나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사업의 모든 성패(成敗)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해야만 한다. 만약 문화도시가 도시 전체를 크게 보면서 그리고 있는 그림이라면, 그림의 주제는 그 도시가 가지는 ‘특성과 정체성’이 되는 것이고 이런 주제를 그려내기 위한 소재와 재료 등의 매개체는 바로 그 도시를 이루고 있는 읍·면·동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역사적 자산이나 지역공동체가 되며, 그러한 그림을 그리는 주체이자 작가 혹은 예술가는 다름 아닌, 그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지역민들과 예술가, 행정 및 전문가 등 시민들 전체가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화도시는 그 도시의 지역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문화마을’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선정했던 10곳의 예비 ‘문화도시’ 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적 가치와 더불어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을 비전이자 과정으로 두고 생활문화 또는 시민문화 중심의 도시를 지향하는 조성계획이 다수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생활문화도시 부천’, ‘말할 수 있는 도시, 귀담아듣는 도시’, ‘시민이 만들어가는 창의 문화도시 원주’,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소리문화도시 남원’ 등이 대표적이다.

 도시재생에 있어 ‘문화의 옷’을 입히는 문화적인 도시재생은 문화도시 조성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들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어떤 도시가 문화예술관광 명품도시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도시재생 사업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문화자산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문화적인 접근과 방법으로 추진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민들과의 소통과 합의를 바탕으로 한 추진이야말로 나아가 시민 전체의 공감과 가치 공유를 얻어낼 수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한 문화적 도시재생 방법만이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자. 도시재생을 왜(Why) 해야만 하는지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도시재생을 통한 문화도시로서의 혜택을 받는 수혜 대상자가 그 지역을 살아가는 주민들이나 시민들인지, 아니면 외부인들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서 사업의 목표와 방향, 전략 및 방법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도시재생을 누가(Who) 할 것인지, 또는 무엇(What)을 어떻게(How) 할 것인지 등을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진짜 문제들을 함께 발견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내부와 외부의 시각으로 함께 바라보면서 주민들과 예술가, 전문가, 행정이 함께 그 문제를 풀어나갈 때, 진정한 의미의 문화적인 도시재생이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현재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의 문제는 ‘풀어나가는 것보다 그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문화도시 조성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되고 있는 문화적인 도시재생은 마치 자기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민들과의 소통과 합의뿐만이 아니라 이를 통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이태호<익산문화관광재단 사무국장/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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