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 연구결과를 다루는 성숙한 자세
옥정호 연구결과를 다루는 성숙한 자세
  • 김현수
  • 승인 2019.03.3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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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수 교수님이시죠? 잠시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옥정호 수면이용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나오는 필자에게 한 기자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을 걸었다. 순간 인터뷰를 해야 하나 하고 망설였지만, 이내 “제가 지금은 일정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라고 대답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옥정호 개발문제로 인해 오랫동안 지자체간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용역 수행 과정에서도 항상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혹시라도 작은 말실수라도 하는 경우 더 큰 소란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언론보도가 옥정호 개발에 관계된 두 지자체의 갈등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관계자의 말도 인터뷰를 거절한 원인이 되었다.

 전라북도의 소중한 수자원을 논함에, 빠지지 않는 것이 옥정호이다. 옥정호의 역사는 섬진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동진강 유역에 공급하기 위해 운암댐을 건설하여 운암제가 조성된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전력용수 확보 및 관개용수 개선을 위해 1965년 운암댐 하류에 섬진강 다목적 댐이 증축되면서 현재 옥정호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다양한 용도의 수자원을 제공하던 옥정호를 둘러싼 지자체간의 갈등은 1998년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수자원을 둘러싼 대부분의 갈등 사례와 마찬가지로 옥정호에 대한 두 자치단체의 갈등은 더 안전한 수자원을 사용하고자 하는 입장과 수자원을 이용하여 경제적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입장이 충돌하면서 발생하게 되었다. 상수원보호구역이 과도하게 책정되어 지역발전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다는 임실군과 먹는 물의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수원보호구역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정읍시의 입장은 나름대로 논리를 가지고 있고,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갈등은 2015년 상수원보호구역을 재조정하는 상생협약이 전라북도와 정읍시, 임실군 사이에 체결되며 일단락되는 듯하였으나, 옥정호에 대한 임실군의 개발활동 범위가 수면 레저활동으로 확대되면서 정읍시의 상수원 수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재연되었다. 두 자치단체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수변개발은 협의를 통해 가능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수면이용은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여 수질에 대한 영향과 정읍시 급수체계 변경 가능성을 파악하는 연구의 범위 및 방향을 설정하여 용역을 발주하게 되었다. 이렇게 어렵게 진행되어 온 옥정호 수면이용에 관련된 연구용역의 결과가 이틀 전 발표되었다. 용역의 결과에 대해서는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으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번 연구용역의 결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루는 것이 성숙한 자세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필자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불필요한 갈등의 증폭을 피하기 위해 언론사의 인터뷰를 거절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같은 날 저녁 지역 TV 뉴스는 한결같이 옥정호 수면개발에 대한 용역 결과가 발표되었고, 이로 인해 지역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입을 맞춘 듯 보도하였다. 연구결과를 발표한 지 불과 너댓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얼마나 많은 갈등이 새롭게 발생하였는지 알 수는 없으나, 미디어가 대중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각 방송사는 보도에 좀 더 신중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체일수록 더욱더 성숙한 자세를 가지고 신중하게 보도에 임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번에 발표된 두 용역의 결과는 옥정호의 개발과 급수체계 변경에 참고해야 할 중요한 자료인 것은 분명하나,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일 뿐 사업의 진행방향과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발표장에 참석한 정읍시와 임실군의 관계자들은 서로 입장이 다르기에 다소 경직되기는 하였으나, 발표 후 성숙한 모습으로 각 지자체의 입장을 차분하게 설명하였고, 이번 용역의 결과를 참고하여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협의하여 미래 사업의 추진을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이렇게 이해 당사자들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언론이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급하게 보도하는 것이 과연 지역민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도록 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겠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현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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