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립교향악단 제8대 예술감독 김경희, ‘슈만’으로 심플하게
전주시립교향악단 제8대 예술감독 김경희, ‘슈만’으로 심플하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3.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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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교향악단에 1세대 여성 지휘자가 탄생했다. 3월 15일 임명장을 받은 김경희(60) 제8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다. 클래식 음악계의 경우 서양에서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여성들에게 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여성 지휘자로써 넘기 힘들었던 상임지휘자의 높은 문턱, 학연과 지연으로 끈끈하게 얽힌 단단한 유리천장 깨뜨린 인물이 누구인지 궁금해진 이유다. 따뜻한 봄날, 온전한 도시 전주에서 새 출발을 하게된 그를 만났다. <편집자주>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여성 지휘자가 상임을 맡게되는 일은 아직까지는 대한민국에서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를 선택해 준 전주에 더욱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전주의 고즈넉하고 문화적인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을 것 같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보름여 만에 첫 공연을 올리는 살인적인 스케줄이지만, 김경희 상임지휘자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2주간의 주어진 시간 동안 각 파트별 수석들과 오찬, 티타임 등을 갖으면서 전주시립교향악단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적응해나갔다. 그 추진력을 옆에서 지켜보니, 세련되고 깊이있는 음악해석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와 관중을 압도하는 저력을 가진 지휘자라는 세간의 평가가 괜한 것은 아닌 듯 싶었다.

 그는 지난 2008년 과천시립아카데미오케스트라가 창단됐을 당시 상임지휘자로 선택되면서, 우리 사회에 남아 있던 또 하나의 장벽을 무너뜨린 상징적인 인물로 통했다. 여성 상임지휘자도 오케스트라를 이끌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그렇게 후배들의 길을 터 준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름의 무게감 때문이라도 더 잘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던, 그의 팔에는 단단한 근육이 잡혀 있었다.

“공립예술단은 지자체와의 긴밀한 관계 유지가 필수입니다. 서로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죠.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주시 관계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예술가에 대한 예우를 지켜주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그에게 벌써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게 눈에 들어왔다. 전주시향의 연습실의 환경이 좋지 못해 앙상블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해야하는 점, 열악한 관악파트 인원 등 전반적으로 매우 부족한 단원충원 문제까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들이 벌써부터 쌓였다. 이제 시작이니, 하나씩 해결해나갈 참이다.

 “지휘를 하는 행위는 바로 제가 살아있다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지휘의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덧 단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지휘자는 나이의 한계가 없고, 더욱 원숙해지는 작업인 것 같아요. 음악으로 교감하며 삶을 다독이고, 푸시하고, 배려하고, 위로하는 것. 지휘자가 할 일은 바로, 음악 속에 다 있습니다.”

 지휘봉을 잡은 손 끝으로 곡을 해석하는 일과 테크닉도 중요할 테지만, 모든 앙상블을 제대로 듣고 끌어내가 위해서는 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새로운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혼연일체가 돼 선보일 인생살이 음악,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공감을 이끌어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경희 제8대 예술감독 취임기념 음악회는 4월 4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제235회 정기연주회를 겸한 이번 음악회에서 그는 첫 발을 내딛는 곡으로 슈만의 교향곡과 피아노협주곡을 선택했다.

 슈만의 첫 번째 교향곡인 ‘봄’은 1841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처음 시도한 교향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연 당시 청중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슈만의 새로운 음악세계, 즉 ‘교향곡의 해’를 성공적으로 열어준 계기가 됐다.

 김 상임지휘자는 기교적으로 쉽지 않고, 파고들어가기 시작하면 더욱 어려운 이 교과서적인 곡을 통해 첫 만남 후, 서로를 알아기기 시작했다. 요란하기 보다는 스탠드한 곡, 역동적이면서 새 생명이 돋아나는 느낌은 김경희호의 새출발을 알리는데 손색없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날 연주회의 협연에는 김태형 피아니스트가 함께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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