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에 갇힌 문재인 정부
‘SKY 캐슬’에 갇힌 문재인 정부
  • 김광수
  • 승인 2019.03.2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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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SKY 캐슬’은 대학 입시를 통해 부와 지위를 세습하려는 대한민국 상류층의 욕망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지나친 사교육과 학벌주의에 매몰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비록 드라마라는 특성으로 인해 현실보다 과장되거나 허구적인 측면이 존재함에도, 출신 대학이 사람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출신 대학이 부와 명예, 권력의 대물림 수단으로 변질하는 모습은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들겠다며 다양한 공약과 대책들을 쏟아냈던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정작 정부의 고위직 인사 기용에는 늘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중심의 인서울(In Seoul) 대학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지방대 출신이나 고졸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들의 ‘수도권 러시’로 지방이 사라질 위험에 처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더욱이, 갈수록 심화하는 교육 격차는 기회의 균등과 제도의 공정성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명문대 출신이나 일반대 출신이나,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이나 지방대 출신이나 똑같은 조건과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부처의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SKY 대학 출신 인사들이 주요 고위직에 대거 포진하고 있어 ‘SKY 캐슬’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을 강조해 온 문재인 정부의 인사결과로는 매우 실망스럽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장·차관급 인사를 살펴보면, 총 185명 가운데 SKY 대학 출신은 116명으로, 62.7%를 차지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SKY 대학 출신 장·차관급 인사 비율이 58.4%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문 대통령이 강조한 ‘학벌주의 타파’, ‘능력 중심 사회’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촛불대통령이라고 하는 문재인정부에서조차 SKY 대학을 나와야 장·차관이 되는 현실은 학벌주의에 매몰된 채 ‘지방 엑소더스’ 행렬에 기름칠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사를 통한 메시지가 가장 강력한 정부 의지의 표현인 만큼 서울 중심의 인사 기용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불평등을 비롯해 지방대 출신에 대한 차별 및 배제를 정부가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SKY 캐슬’이 공고해지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저출생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0명대 출산율’을 기록하며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는 수많은 원인에서 기인하겠지만, 서울과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저출생을 심화시키는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청년들의 서울 집중현상을 막고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정책을 펼친다면 저출생에서 금방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다른 인구전문가들 역시 저출생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수도권 집중이 아닌 지방에서 삶의 터전을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방거점 대학 육성과 지역인재 의무채용 등 같은 지역 육성 정책 등이 중요한 저출생 대책이라는 것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서울 사는 것이 스펙’인 현실에서 벗어나 ‘지방이 경쟁력이다’라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마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광수<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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