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속을 수 있는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이 최선이다.
누구나 속을 수 있는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이 최선이다.
  • 김용실
  • 승인 2019.03.27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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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전 보이스피싱 사기를 소재로 한 TV 개그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모은 적이 있다. 이 개그 코너에서는 어설픈 사기 수법 등으로 사기범들을 희화화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누가 저런 사기에 당해’라며 가볍게 웃어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보이스피싱 사기는 개그 프로그램에서와 달리 날이 갈수록 활개를 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해에는 전국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4,440억원, 피해자 수가 48,743명에 달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따져보면 하루 동안 134명이 12억원의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입은 셈이다. 전북지역에서도 전국적인 추세와 유사하게 피해규모가 매년 늘어나는 실정이다.

 그동안 관계당국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이 많이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보이스피싱 하면 중국 동포의 어눌한 한국 말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사기범들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금융 제도나 수사 절차와 관련된 전문용어를 능숙하게 활용한다. 더욱이, 개인 신상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사전에 준비된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범행 대상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때문에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도 순간적으로 충분히 속을 수 있다.

 다음으로,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이 점차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검찰,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 대출로 유혹하여 수수료 등으로 금전을 편취하는 ‘대출빙자형’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검찰 홈페이지를 만들어 ‘나의 사건 조회’ 기능까지 복제하거나, 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의 발신번호를 한국내 서버관리 조직이 ‘010’ 전화번호로 조작하는 등 교묘한 사기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홍보나 교육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이 대학생 1,300명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정부기관에서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 준다’고 잘못 알고 있는 비율이 35%에 달했다. 수사기관을 사칭하여 예금을 보호해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송금 받아 달아나는 것이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이스피싱 범죄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정확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때마침 전라북도의회와 전라북도청은 지난 3월 8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예방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보이스피싱 사기로부터 도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 조례 제정을 통해 도내 금융회사가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 활동에 적극 협력해야 하는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전북도청은 관계 기관과 협업을 통해 피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시책을 마련하게 된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도 향후 도청, 지방경찰청, 금융회사 등과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전북도민 대상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 속담에 ‘열 포졸이 도둑 하나 못 잡는다’는 말이 있다. 사법당국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금융당국은 다양한 예방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관계당국의 노력만으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우리가 어렵게 모은 재산을 손쉽게 앗아갈 궁리만 하고 있어 뿌리 뽑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선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과신은 금물이다. 누구나 보이스피싱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 현명해지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를 몰아내는 첫걸음이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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