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 김장근
  • 승인 2019.03.25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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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위의 글은 필자가 좋아하는 이상국 시인의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시의 표현처럼 우리 세대는 그렇게 살아왔다. 남들이 일하지 않을 때 새벽같이 먼저 출근해서 일을 시작했고 밤늦게까지 일하다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집에 돌아가곤 했다. 또 필요한 경우 주말 출근도 불사하며 일을 했다. 그것이 우리가 성실함과 직장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가정보다 직장을 우선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길 정도로 우리에게는 직장이 삶에 있어 최우선의 가치였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직장이 나의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외치면서 적당히 일하고 여가를 즐기며,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법정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과도했던 근무시간을 개선하여 개인들의 삶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마음껏 일할 자유를 빼앗는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즐겁게 일하는 사회를 만들고,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측면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가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일과 삶의 균형을 조정해야 할까? 다음의 방법들을 함께 실천해 볼 것을 제안한다.

 먼저 조직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펼쳐나가야 한다. 야근과 주말출근을 비효율의 상징으로 정의하고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일찍 퇴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야근과 주말출근이 성실함과 열심의 증거가 아닌, 능력의 부족으로 평가된다면 직원들 스스로 더 생산적인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더불어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아래와 같은 여러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첫째, 항상 명확하게 목표를 제시하고 정확하게 업무지시를 해야 한다. 직원들이 일의 목표와 상사의 의중을 이해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을 감축하고 보고체계를 간소화해야 한다. 구두보고나 이메일을 이용한 보고 등을 활성화하여 시간을 줄여나갈 수 있다. 셋째, ‘집중근무시간’을 확보하자. 하루 중 가장 업무 효율이 높은 시간 중 일부를 개인의 고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워크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자원을 낭비하고 성과와 연결되지 않는 일들을 과감히 제거해 나가야 한다. 또한, 직원마다 업무 매뉴얼을 작성하여 표준화한다면 인수인계 등에 따르는 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차출퇴근제, 탄력근무제 등의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한편 필자가 몸담고 있는 농협은행에서도 주52시간 근무제도의 정착 및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PC-OFF제를 본격 적용하여 직원들의 정시퇴근을 돕고 있으며, 유연근무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위에서 제시한 방법들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실천 노력이 없으면 변화될 수 없다. 지금 당장 내가 먼저 컴퓨터를 끄고 동료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김장근 농협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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