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한묵
추상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한묵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3.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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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요일의 그림산책]<6>

 어머니의 품만큼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 있을까?

 한국의 굴곡진 근·현대사 속, 지울 수 없는 전쟁의 참상 뒤에도, 고향을 등진 피난행렬 속에서도 어머니의 품 안에서 만큼은 삶의 한줄기 희망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 추상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로 평가받는 한묵(1914-2016)의 ‘모자상’을 감상해 본다.

 정읍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이 작품은 작가가 1950년대에 피카소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둥근 얼굴에 L자형 코의 기하학적 얼굴과 동그란 가슴을 강조한 둔중한 형태의 육체, 마지막으로 우울한 듯 어두운 청색이 여러 모로 피카소의 여성 누드를 연상시킨다.

 신비로운 청색의 화면은 그가 타고난 조형예술가임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한묵은 자신의 조형의지에 따라 대상과 공간을 재구성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분명하게 드러냈던 작가다. 그는 어두운 색조를 사용해 전쟁의 참상을 표현하면서도, 자신이 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공간 구성과 색채의 배합으로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표현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한국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1957년에 그린 ‘가족’은 이 작품보다 기하학적 평면추상에 훨씬 가까운 양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1950년 후반에 국전의 고답적 양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작가들은 이처럼 피카소와 큐비즘에 영향을 받아 반구상이면서 반추상의 양식에 물감의 질감을 강조한 다소 어두운 색채의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서울 출생의 작가는 1940년 일본 가와바타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프랑스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추상회화를 실험했다. 앵포르멜 경향의 추상 화면과 콜라주 기법과 같은 방식적인 측면에서 파리 화단으로부터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회화적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와 현란한 색채의 사용은 한국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작품으로는 ‘공간’ 연작과 ‘해바라기’가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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