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굽은 나무에 오르다
등 굽은 나무에 오르다
  • 박성욱
  • 승인 2019.03.2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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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통로

하늘에 둥둥 떠 있는 풍선을 보면 나도 풍선처럼 두둥실 하늘을 날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만화에서는 종종 풍선을 매달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어렸을 때 호기심에 풍선을 몽땅 불어서 실로 묶고 몸에 달았다. 그런데 만화에서처럼 하늘로 올라가지 않았다. 만화가 뻥이 심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과학관련 책을 읽으면서 풍선 속에는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 가스나 메탄가스 등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 몸을 하늘로 뜨게 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수의 풍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늘로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1층보다는 2층 교실이 부러웠다. 그런데 나를 하늘로 올려주는 참 고마운 친구가 있었다. 바로 나무였다. 키가 큰 나무 일수록 둘레도 제법 널찍했다. 몸통 줄기 옆으로 발 하나 올려놓을 작은 가지가 있었고 가끔씩 크고 작은 옹이가 있었다. 미끄러지지 않게 최대한 몸을 나무에 붙이고 손가락 끝, 발가락 끝에 온 힘을 모아서 조심조심 올라갔다. 운동장이 환하게 한 눈에 보일 정도로 올라갈 즈음에는 옆으로 굵게 뻗은 줄기에 앉아서 친구들 선생님들 학교 여기 저기 구석구석을 보면서 놀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야! 너 안 내려와!”

“이 녀석이 다리 부러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선생님한테 걸려서 엄청 혼났다. 나무에 올라가 있을 때는 천국이었지만 땅에 내려와서 혼났을 때는 지옥이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아이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자기가 좋으면 더 하려고 한다. 보이는 곳에서 안 하는 척 하지만 안 보는 곳에서는 더 한다. 그래서 선생님 계실 때는 되도록 나무에 올라가지 않고 안 계실도 올라갔다.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에는 백년이 넘는 등 굽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등이 굽어서 올라가기도 쉬웠다. 그리고 우리 동네를 한 눈에 바래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좋았다. 소나무는 껍질이 용 비늘처럼 갈라져 있고 등이 굽고 몸을 비틀면서 하늘로 자랐으며 뿔처럼 솟아난 가지가 있었다. 이 소나무를 타고 있으면 용의 등에 올라타 뿔을 잡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 보곤 했다.



등 굽은 나무 타러 가자

어 책을 펼쳤다. 시를 읽고 생각이나 느낌 나누기 공부를 하는데 ‘등 굽은 나무’ 시가 나왔다.

 

등 굽은 나무

 

김철순

 

텅 빈 운동장을

혼자 걸어 나오는데

운동장가에 있던 나무가

등을 구부리며

말타기놀이 하잔다

얼른 올라타라고

등을 내민다.

 

내가 올라타자

따그닥따그닥

달린다.

학교 앞 문방구를 지나서

네거리를 지나서

우리 집을 지나서

달린다.

 

…이하 생략…

 

이거 완전히 내 어릴 적 시절과 공감하는 시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영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 그럴 수도 있지!’하면서 머릿속으로만 시를 읽고 있었다. 수업을 하면서 아무래도 이게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학교에 등 굽은 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꾹꾹 참고 그냥 수업을 진행하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학교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담장 너머에 매실 밭으로 갔다. 매실 밭은 학교 소유다. 매화꽃 꽃망울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청색, 홍색. 매실 나무가 옆으로 널찍하게 퍼져 있었고 몸을 비틀면서 튼튼하게 자라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 한 명 정도는 너끈히 탈 수 있었다. 각 자 자신이 탈 나무 말을 찾아서 타도록 했다.

“이럇! 이럇!”

“따그닥! 따그닥!”

“야호!”

전지한 나뭇가지를 몇 개 들고서 장군이 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몸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몸으로 시를 쓰고 있었고 몸으로 배워가고 있었다.



늘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는 세상

요즘 아이들은 할 것이 참 많다. 학교에서는 학원 숙제를 해야 하고 학교가 끝나면 또 학원에 가야한다. 평평한 땅을 보면서 걸어가고 더 빨리 가기 위해 차를 타고 간다. 평평한 책상에 앉아서 평평한 책을 본다. 평평한 스마트폰, 평평한 모니터, 평평한 TV를 본다. 사람도 평평하게 본다. 이 모습 저 모습 다양한 모습들이 있을 텐데 늘 보는 익숙한 시선으로 쉽고 보고 쉽게 판단한다. 때로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으면 좋겠다. 생각도 더 높게 때로는 더 낮게 그래서 좀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생활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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