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치매, 이름부터 바꾸자
노인 치매, 이름부터 바꾸자
  • 이남숙
  • 승인 2019.03.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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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치매’라는 한자어가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어리석고 미련함) 때문에 국민적 합의를 거쳐 ‘인지증’이라는 공식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즉 주변에서 흔히 겪는 노인성 질환인 치매환자들이 가족들의 버림이나 차별적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2004년부터 치매를 공식용어에서 추방했다. 이처럼 일본의 경우 단어가 가지는 의미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9월 치매 국가 책임제 추진을 통해 정부정책이 치매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용어 퇴출 운동의 방향성이 상실되어 버렸으나 지금이라도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치매라는 용어를 노인성 질환으로 인식하고 가족이 감춰야 하는 병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바른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이미 2000년에 전체 인구 대비 7%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2017년에는 14%를 넘어선 ’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는 약 10% 이상으로 고령화에 따른 치매는 경제, 문화, 가족 복지까지 커다란 사회문제일 수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80세 이상 노인의 약 58%가 치매 노인이고 이들 대부분의 경우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 역시 2012년 치매노인은 462만 명이며 2025년에는 약 700만 명으로 65세 이상의 약 20%가 치매노인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2012년 치매환자에 대한 종합대책인 오렌지플랜을 기획하여, 치매 초기 집중지원팀을 통한 치매 환자에 대한 전 주기(보건, 의료, 복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후 2015년 환자를 중심으로 한 정책에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응체계로 변화하였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지증고령자가 익숙한 지역에서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는 ‘신오렌지플렌’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정책 역시 의료, 복지서비스의 연계, 지역 완결형 서비스 기반마련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국의 정책과 유사한 면이 있으나 한국은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설에 입소하여 수동적인 서비스가 전부인데 일본은 치매 환자 스스로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부터 1980년까지 평균수명은 0.6년 증가했지만 2000년에서 2010년까지는 2.8년 증가했다. 가까운 미래에도 평균수명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증가 속도에 비해 연금이 충분히 증가하지 못하면 노인 빈곤 문제가 불거진다.

이미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5.7%(2015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남은 방안은 정부와 지자체가 종합적인 정책을 통해 노인의 노후대비와 고령화에 따른 치매 정책까지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이다.

즉 포용적 사회를 통해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공존하는 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와 포괄적 지원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사회화 운동의 필요성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해결방안의 하나로 일본의 경우 노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시민후견제도가 법안으로 들어와 있다. 이는 장애인 시민 후견제도까지 촉진되는 결과를 이루었으며 2013년부터 사회복지기관에서 교육을 실시하여 가족, 전문가, 시민후견인의 순으로 후견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건강할때부터 미래의 불안에 대비하는 안심의 3종 세트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일본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꼼꼼하게 돌보는 제도로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후견인으로 친근감이 다르며 1달에 1회 정도 후견인이 가정을 방문해 재산보호와 신상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양성교육도 실시하여 온 마을이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경우 노인 치매정책에 대해 우리보다 한발 앞서 현장과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역사회가 함께 치매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치매 국가 책임제’를 시행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에도 큰 교훈을 준다.

즉, 치매는 국가 혼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당사자와 가족, 현장, 전문가, 지역사회, 그리고 제도를 이용해야할 어르신들까지 모두 동참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함께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더 촘촘하고 탄탄한 치매정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이남숙 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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