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꽃구경 가자
새봄, 꽃구경 가자
  • 안도
  • 승인 2019.03.2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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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가고 새봄이 왔다. 봄은 생명이 요동치는 계절이다. 화사한 꽃다발을 머리에 이고 봄이 우리들 앞으로 사뿐 다가왔다. 봄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이던 개구리, 다람쥐, 피라미, 산골물, 매화, 개나리, 산수유들이 일제히 튀어나온다.

 향긋한 봄내음이 피부에 스며드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봄의 도래와 함께 먼 하늘가에서 싸늘한 입김만 뿜던 해님이 햇솜마냥 포근한 미소를 던져준다. 봄은 정녕 자연이 인류에게 선사하는 축복의 계절이요, 지루한 겨울을 이겨낸 인간들에게 보내주는 푸짐한 선물이다.

 오늘을 위해 눈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있었고 얼음장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흘렀으며 마른 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은 흐르고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철쭉, 애기사과 꽃, 새싹이란 새싹 모두가 일제히 발을 굴러 봄은 둑 터진 강물이었느니 봄이 연주하는 멜로디는 신비하고 감미로워 그 깊은맛과 멋을 한입으로 다 말할 수 없다.

 살랑살랑 대지를 간지럽히는 봄바람소리, 졸졸졸 개울물이 정답게 흐르는 소리, 붕붕 벌들이 날아예는 소리,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얼싸안고 하모니를 이루면서 경쾌한 봄의 교향곡을 들려준다.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이름 없는 풀 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이다.

 봄의 여신이 그려주는 봄의 풍경은 너무나 화사하고 황홀하다. 귀맛 좋게 은은히 울리는 멜로디 속에서 봄은 마치도 재치 있는 화가마냥 우리 앞에 너무나도 어여쁘고 화사한 스크린을 그려놓는다. 양지바른 산등성이에서 진달래꽃불이 빨갛게 타오르기 시작하고 도심 속의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의 가지에는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는 예쁜 얼굴들이 빠끔히 얼굴을 드러낸다. 핑크색, 하얀색 꽃망울들이 메말랐던 나뭇가지들에 떨기떨기 팝콘처럼 화려하게 터치면서 아름다운 꽃 보라를 날린다.

 하룻밤 새에 활짝 피어난 복숭아꽃, 살구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마다 어느새 즐거운 미소가 여울친다. 피곤함에 찌들었던 나그네의 얼굴이 환해지고 실연에 모대기던 처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어린다. 길손들이 걸음을 멈추고 가웃이 꽃나무에 귀를 기울인다. 얼굴에는 어느덧 환한 미소가 꽃 살처럼 곱게 피어나고 눈동자들에서는 희망의 빛이 반짝인다.

 꽃구경 가면 그들은 도란도란 속삭이며 입맞춤으로 맞아줄 것이다. 그러나 화사한 웃음에 얼핏 현혹되어 섣부르게 치마 올리고 옷고름을 풀지는 말자. 그들이 가슴을 여는 것은 오롯한 씨앗을 품어주는 것은 투명한 햇살과 초록숨결뿐이다. 엄동설한의 칼바람 속에서도 가늘고 연하여 휘청거리는 가냘픈 몸이지만 오직 예쁜 꽃망울을 터치울 아름다운 봄날을 그리며 인고의 철학으로 살아온 그네들이 아니었던가. 기다림은 성급한 자에게는 지루함이 되지만 우주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견디는 자에게는 소중한 인내의 철학이 된다. 꽃들은 인내의 철학으로 추위와 아픔을 말없이 견뎌내며 봄이라는 세월의 언덕을 향해 게으름 없이 달려와 그들은 마침내 인고의 보상을 받아 봄의 주인이 되었다.

 그들은 언덕에 봄의 올라서서 힘겨웠던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서로 이마를 비비고 환희의 재회를 만끽하는 것이다. 서로 엉키고 포옹하고 얼굴을 포갠다. 울며 웃으며 도란도란 축복해 주고 있다. 진주 같은 꽃망울을 잉태하고 화사한 꽃 보라를 터치울 때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냐고 서로 위안하며 보듬어주고 있다. 꽃 보라는 정녕 예쁜 꽃들이 도톰한 입술을 곱게 벌리면서 그리움과 희망을 토해내는 환희의 목소리일 것이다. 우리는 옷고름을 풀기 전에 그들의 인내를 배우고 그들을 축복해주는 마음을 갖자.

 저 환장하게 빛나는 봄 햇살이 나를 꼬드기더라도, 어깨에 둘러멘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고 충동질해도, 멀쩡한 아내 버리고 젊은 새 여자 얻어 살림을 차려보자고 연초록 얼굴 내밀고 유혹을 해도 한 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꽃을 피우는 봄의 우직한 철학을 배우자.

안도<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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