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정치 논리에 지방 체육 고사 위기로 내몰린다
얄팍한 정치 논리에 지방 체육 고사 위기로 내몰린다
  • 남형진 기자
  • 승인 2019.03.20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를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1월 15일 공포됐다.

개정안은 유예 기간(1년)을 거쳐 내년 1월 16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전북의 경우도 전북도체육회를 포함해 14개 시군체육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도지사와 각 시장·군수 대신 민간인으로 새로운 체육회장을 뽑아야 한다.

정치권이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체육단체의 선거조직 이용 차단’ 등 3대 명분을 가지고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우려하는 지역 체육계의 목소리가 더 크다.

각 지역별 체육회의 재정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방 체육은 더욱 어려움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그 피해는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개정안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무엇이고 적절한 대안은 없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법 개정 추진 속에 숨겨진 속내는?

지난 1월 공포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의 핵심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 개정의 3대 취지를 명시했는데 ‘정치와 체육의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체육단체의 선거조직 이용 차단’ 등을 들었다.

겉으로 보면 그럴싸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권의 얄팍한 속내가 들여다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제외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체육단체장 겸직도 완전하게 봉쇄됐다. 체육단체가 선거에 이용되고 있다고 본 국회가 자신들의 체육단체장 겸직이 금지돼 있는 만큼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도 그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지방 체육계 등에 대한 꼼꼼한 의견 수렴 과정은 사실상 없었다. 때문에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고려해 졸속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향후 나타날 부작용을 지방 체육계에 고스란히 전가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방 체육 재정의 95%이상을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서 재정 독립이라는 안전장치는 마련해주지 않고 무작정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시킨 것은 얄팍한 정치논리에 지방 체육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북체육계, 재정 독립 없이는 지방 체육 붕괴

전북체육계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시행과 관련해 체육 자율성 및 자치권 강화 등의 순기능적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가장 필요한 재정적인 독립이 전제되지 않는 한 지방 체육은 붕괴될 수 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물론 내년 1월 도내 지자체장들이 체육회장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재정 지원이 곧바로 끊기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인 체육회장의 성향에 따라서는 아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에서 새로 선출될 민간인 체육회장이 지자체장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소통하지 못할 경우 그 불똥은 그대로 체육계로 튈수 밖에 없다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까지는 지자체장들이 체육회장을 맡고 있어 2020년 예산 지원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자체장이 체육회장에서 물러난 이후부터는 체육에 대한 관심도가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전북체육계는 염려하고 있다.

이 경우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업팀들에까지 여파가 미칠수 밖에 없다는 점도 전북체육계의 큰 고민거리다.

때문에 재정 독립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북체육의 근간이 송두리째 휘청거릴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정치 독립이 아닌 정치 도구화 전락 우려

이번 법 개정 취지 중 하나가 체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취지를 뒤집어보면 정치권은 그동안 체육계가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점을 단정하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안이 지방 체육계를 오히려 정치에 더 예속시킬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재정적인 독립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4년 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단체장 후보들은 예산 지원 등을 빌미로 체육계를 얼마든지 선거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취지의 법 개정안이 오히려 ‘체육계는 표밭’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육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개정안 시행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방안은?

법 개정안이 내년 1월 16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을수는 없다.

그렇다면 현재 지방 체육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찾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지방 체육이 재정적으로 독립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정치로부터의 독립, 자율성 확립 등의 법 개정 취지를 살릴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체육단체 법인화를 비롯해 법률과 지자체 조례 등에 예산의 안정적인 지원 대책을 명문화 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민간인 회장 선출 방식도 선거로 인한 후유증을 차단하기 위해 시도체육회의 자율적 선택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체육회 정관 및 규정 개정을 통해 회장 선출 방식을 선거가 아닌 회장 추천위원회의 배수 추천이나 시도지사 또는 대의원총회에서 1명을 임명하는 방식도 적극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전북체육계의 입장이다.

여기에 정치로부터 체육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인 체육회장의 자격 기준에 정치인이나 정당인, 과거 선거 출마자, 공직선거법 위반자 등은 배제한다는 규정을 명문화 해야하고 나아가 체육인 내지는 체육행정 전문가를 우선 선출할 수 있는 규정도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북도체육회 최형원 사무처장>

“지방 체육에 대한 재정적 독립이라는 안전 장치가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전북 뿐만 아니라 전국 대다수 시도 체육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전북도체육회 최형원 사무처장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방 체육의 붕괴를 가속화 시킬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처장은 “현재 각 시도나 시군 체육회는 해당 지자체로부터 재정의 95%이상을 지원받고 있지만 지자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가 핵심인 개정안이 시행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다”며 “지방 체육 예산의 안정적인 지원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 처장은 “현재 법적 근거가 미흡한 지방 체육 예산 지원의 명문화를 추진해야 한다”며“이는 체육단체 법인화와 법률,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처장은 이와 함께 민간인 체육회장 선출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 방안 마련의 시급성도 언급했다.

최 처장은 “현재 대한체육회의 정관 및 규정대로 선거인단을 통한 회장 선출이 이뤄질 경우 선거인단 선정 과정에서부터 큰 불협화음이 불거질 것이고 이는 지방 체육의 갈등과 대결 양상을 부추겨 결국 체육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며 “시도별 자율적 선택을 보장해 회장 추천위원회 배수 추천이나 대의원총회 임명 방안 등의 대안도 적극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형원 사무처장은 “법 개정의 취지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과 부합하지 못한다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며 “개정안 시행에 앞서 하루 빨리 지방 체육 재정 독립 방안과 민간인 회장 선출에 따른 후유증 차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남형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