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소화 대책, 정확한 실상 파악이 우선이다
농촌과소화 대책, 정확한 실상 파악이 우선이다
  • 김선기
  • 승인 2019.03.1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구문제가 화두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악의 출산율 시나리오로 통계청은 당초 우리나라 인구정점의 예상시기를 2031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방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여 일부 지역은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고 인구유출까지 가중되어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걱정할 처지가 되었다. 전북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50여 년간 지속적인 인구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전북 14개 시군 중 10개 시군이 지방소멸의 우려가 있다는 보고조차 있다.

 농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북으로서는 청년인구가 선별적으로 빠져나가는 농촌 과소화가 전체 인구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농촌 과소화는 단순히 인구가 줄거나 마을이 소멸하는 것, 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오히려 마을이 농촌의 기초생활 단위로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물론 농촌 과소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귀농·귀촌을 유치하거나 기초생활서비스 공급을 개선하거나 농촌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정책이 추진됐으며 앞으로는 한계마을에 대하여 계획적으로 농촌마을을 재편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촌마을에 대한 정확한 실상 파악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전북연구원에서는 도의 의뢰를 받아 전북 농촌과소화 정책지도를 제작하였다. 전북의 자연마을 단위로 인구와 가구는 물론 각종 생활시설에 대한 상세정보를 위치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지도화한 것이다. 정책지도는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광역과 기초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농촌의 실제 생활공간인 자연마을의 구역을 직접 실사를 거쳐 확인하고 통계와 지도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로 마을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실상을 파악하였는데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다. 우선 전북에는 다른 도에 비해 월등히 많은 6,898개의 자연마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였다. 마을이 워낙 많다 보니 평균 규모가 작아서 일정 가구수에 미달하는 과소화마을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유추해 보면 전북은 농촌인구 감소가 다른 도보다 지나치게 심각하다기보다는 거주인구가 적은 ″작은 마을″이 유별나게 많은 점이 특징임을 알 수 있다. 아마 전북이 평야지대여서 당초부터 취락이 고르게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농촌과소화의 진전에 따라 향후 행정리나 마을의 통폐합 등 집락재편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전체 마을 중 유소년이 없는 마을은 25%, 가임여성이 없는 마을도 1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이 마을은 추가 인구 유입이 없으면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다. 한편 농촌인구의 감소 경향에도 주민이 없는 무거주마을은 오히려 2000년 204개에서 2017년 58개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귀농·귀촌 등으로 새로운 인구정착지가 생겨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번 정책지도는 농촌과소화에 국한하여 시범적으로 제작한 것이지만 타 분야로 확산할 경우 도정은 물론 학술연구에도 활용할 여지가 매우 많다. 예컨대 인구 및 시설의 정확한 위치 및 변화에 대한 정보를 분석을 통해 생활SOC의 적소 배치, 도시재생이나 귀농귀촌의 적지 선별, 소방, 치안, 교육 등 관할구역의 설정에 활용할 수 있으며, 미세먼지, 가축전염병, 범죄사각지대 등 각종 현상의 공간적 특성을 분석할 경우 행정서비스의 적기·적소 대응이 가능해진다. 정책지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치정보의 체계적 수집, 데이터의 주기적 갱신, 데이터 공유를 위한 기관간 협력거버넌스 구축, 데이터 가공 및 시각화 기법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회성 작업에 그치지 말고 도정 전반에 활용하여 정책 시각화를 통한 도민과의 소통행정 그리고 데이터와 증거에 기반을 둔 과학행정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김선기<전북연구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