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에 배려 없는 전북도교육청
성폭력 피해자에 배려 없는 전북도교육청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9.03.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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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가해자 같은 지역에서 근무, 교육청은 규정 타령만
전교조전북지부 등 장수교육지원청 성폭력공무원 규탄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8일 전주시 전북도교육청에서 '장수교육지원청 성폭력 공무원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광복 기자
전교조전북지부 등 시민사회단체와 성폭력공무원 규탄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8일 전주시 전북도교육청에서 '성폭력 공무원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광복 기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배려심이 없는 전북도교육청의 미온적인 태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11년 성폭력 사건 발행 이후 8년만에 피자와 가해자가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부터다.

피해자 측은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고 전북도교육청에 당시 가해자에 대한 분리 인사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도교육청은 현행 지침상 강제로 전보 인사를 할 수 없다는 규정 타령만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전교조)와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8일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1년 12월 한 연수원에서 교육 행정 공무원 A씨가 지역 내에 근무하던 교사 B씨를 상대로 성폭력을 자행했다”며 “당시 중징계를 받고 타지역으로 전보된 줄 알았던 A씨가 B씨와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최근에 직접 마주치기까지 해 피해자는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는 “알고 보니 징계성 전보 조치로 타 시군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 A씨가 지난 2016년에 ‘전보 내신 희망제’를 통해 B씨와 같은 지역으로 복귀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심지어 가해자 A씨는 당시에 ‘강등’ 조치를 받았다가 소청심사를 통해 ‘정직 3개월’로 감경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자 B씨는 이 사실을 알고 고통스러운 심경으로 즉각 분리 인사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가해자 A씨가 ‘충분히 벌 받았다. 나갈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는 걸 도교육청으로부터 전해들었다”며 “그렇다고해도 도교육청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의 첫번째 수칙인 가해자 즉각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도교육청에서는 이미 한 차례 징계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강제로 A씨를 이동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 여성가족부 지침상 피해자와 가해자의 업무 및 공간 분리 등을 통해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해야 하지만, 분리 범위가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고 전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안이 이례적인 만큼 관련 규정이 촘촘히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태도만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파면, 해임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일 수도 있지만 징계 유효기간이 이미 끝났고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현행 지침상 강제로 이동시키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피·가해자의 분리 범위도 어디까지 기준을 둬야하는 지도 모호한 상황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도교육청 관계자는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 A씨를 상대로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다”며 “추후에 이같은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부 규정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교조 등은 “최근에 한국 사회 전반에 미투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정부 역시 공직사회 내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가해자의 분리 조치를 인사관리 규정에 넣는 등 피해 생존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도교육청은 피해자의 호소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도교육청은 가해자를 즉각 전보 조치해 피해자와 분리시켜야 하고 솜방망이 징계 과정도 철저하게 재조사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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