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큼 다가와 있는 봄, 도상봉의 그림 ‘개나리’
이 만큼 다가와 있는 봄, 도상봉의 그림 ‘개나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3.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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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요일의 그림산책]<5>
도상봉 작 - 개나리
도상봉 작 - 개나리

 서양화 1세대 작가인 도상봉(1902-1977)은 함경남도 홍원에서 출생했다. 1916년 보성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고, 1921년 일본으로 건너가 메이지대학 법학과를 거쳐 1923년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 1927년 졸업했다.

 도상봉은 주로 고궁의 풍경이나 백자 혹은 전통적인 기물들을 즐겨 그렸다.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인물화와 풍경화, 정물화를 그려 우리의 정서를 반영했던 것이다. 1930년대부터 말년까지 그가 주로 다룬 작품은 주로 백자와 라일락을 소재로 다룬 정물화가 주를 이루는데, 주요 작품으로 ‘한정’, ‘고궁’, ‘안개꽃’, ‘이조백자’ 등이 있다.

 그의 그림을 천천히 살펴보면, 소재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게 된다.

 특히 정물화 속 은은한 색조와 부드러운 필치로 묘사한 작품에서는 빛이 난다.

 그 빛은 온화하면서도 안온한 느낌으로, 도상봉만의 특별한 아름다운 화풍을 창조해 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정물화의 매력을 일깨워 주고도 남았다. 안정된 구도를 통해 절제와 질서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정물화는 탁월했다.

 정읍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개나리’역시도 깨끗한 백자항아리에 가득 꽂힌 꽃은 도상봉 정물화의 전형으로 보여진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구도 중심에 에너지가 집중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부챗살처럼 사방으로 펼쳐진 개나리 가지들의 크기와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꽃의 자태는 백자 항아리의 중심으로 수렴된다. 이 중심은 강도 높은 응축의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개나리’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의 정물을 다루고 있었음에도 강한 긴장과 운동감을 전한다.

 노오란 빛깔의 화사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가득한 이 작품에서 관람객들은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될 터다.

 가까이 존재하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살기 마련인 것들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그의 그림이 더욱 살갑게 다가오는 봄날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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