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있는 동생이 하루빨리 깨어났으면"
"병상에 있는 동생이 하루빨리 깨어났으면"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9.03.14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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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동생이 깨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음주 뺑소니를 당해 중환자실에서 두 달 넘게 의식을 차리지 못한 동생을 지키는 형이 있다. 주인공은 김태형(59) 씨. 사고 이후 김씨의 생활 패턴은 바뀌었다. 신문배달에 종사하는 김씨는 일과를 마친 8시 30분마다 동생이 누워있는 병원에 찾는다. 오늘은 혹시라도 깨어났을 거라는 희망에서다. 병원에서 매일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걱정 어린 만류가 있을 정도.

 신문배달에 종사했던 동생의 ‘비극’은 평소처럼 신문을 배달하다 발생했다.

 지난 1월 밤, 김씨는 지인으로부터 한통의 연락을 받았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오토바이가 김씨 동생이 평소 애용하던 ‘노랑색’ 오토바이라는 것이다.

 사고 경위는 이랬다.

 1월 10일 밤 12시 자정 무렵 전주시 효자동 KT 사거리, 신문배달에 나선 김씨 동생 태환(56) 씨가 신호를 기다리던 도중 아반떼 차량이 태환 씨에게 돌진했다. 이 사고로 태환 씨는 그대로 튕겨져나갔고 가해자 A씨는 그대로 도주했다. 이튿날 경찰에 의해 검거된 A씨는 조사결과 운전 당시 음주 상태였고 사고를 낸 뒤 무서운 마음에 현장에 도망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는 전역을 앞둔 ‘상근예비역’이었다.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상) 위반 혐의로 A씨를 군 헌병대에 송치했다.

 사고 이후 동생 태환 씨는 줄곧 산소호흡기를 단 상태다. 태환 씨는 ‘의식 반혼수’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지 마비와 강직 증상 그리고 머리 수술도 4차례나 받은 상태. 의식이 없는 그의 식도에 관을 연결해 죽을 밀어 넣어 끼니를 해결한다. 이런 동생을 두고 김씨는 “신문배달은 동생과 30년 넘게 같이한 생계였다”면서 “조만간 일을 정리하고 동생과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자던 약속이 지키지 못할 거 같다”고 아쉬워했다.

 사고 수습 과정도 험난하기만 했다.

 헌병대에 인계된 A씨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 기각됐다. 불구속 상태로 군 생활을 이어온 A씨는 이달 초 전역했고 현재 민간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도 해당 사건을 전주지검에 송치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김씨 가족은 반발했다. 김씨는 “동생이 생사를 넘나들고 상태에서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로 풀려난 점이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다”면서 “가해자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고 불구속 상태로 조사받는 것, 그리고 최근 군대에서 제대한 사실을 등을 가족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뺑소니 가해자 석방’이라는 글을 올렸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가해자 측도 군대 측도 그 누구도 동생 병문안 온 사림이 없다”면서 “가해자가 최근 진술을 번복한다는 말도 들었다. 이 답답함을 어떻게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동생이 하루빨리 깨어나 시원한 맥주를 함께 마시고 싶다는 김씨. 가해자의 진정 어린 사과와 군의 명확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김씨. 오늘도 그는 병원을 찾는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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