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바람, 신명나는 상생의 바람이 불기를
3월의 바람, 신명나는 상생의 바람이 불기를
  • 정영신
  • 승인 2019.03.14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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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다. 꽃샘바람이다. 음력으로 2월 초하루, 양력으로 3월 7일부터 20일간은 바람의 신인 영등(靈登)할미가 내려오는 날이다. 바람은 우주의 구성을 동적으로 관찰함으로써 형성된 고대인의 의식에서 하늘의 기운, 더 나아가 우주의 숨과 기운을 상징한다.

 민간에서 바람의 신으로 섬기는 영등(靈登)할미는 물할미, 산할미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신할미[老姑] 신앙을 형성한다. 자연현상인 바람이 신앙의 대상으로까지 격상된 것은 농경과 관련된 생산력의 상징으로서, 풍작과 흉작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즉, 음력 2월 1일에 내려와 20일에 승천한다는 영등할미의 운행 자체는 비, 구름, 바람의 삼각 연쇄로 천문 기상을 통해 인간에게 표상되는 우주적 생명력의 상징이다. 그리고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부르는 것이 곧 바람이라는 보편적인 관념 역시 바람의 입지를 확고하게 한다.

 또 자연의 지리를 의미하는 풍수(風水)라는 용어에서도 어원상의 ‘바람 풍(風)’을 무시할 수가 없다. 풍수라는 특수한 믿음의 체계에서 바람은 자연의 기운을 상징하며, 이 바람은 자연의 운세를 넘어 사람의 운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우주의 신비로운 숨기운의 상징이다. 천문기상에도 바람은 구름이나 비보다 더 훨씬 까다롭고 섬세하다.

 단군신화에서도 환웅이 거느리고 온 여러 신(神) 중에서 우사(雨師), 운사(雲師)보다 풍백(風伯)이 앞서는 것도 이와 같은 우주론적 상징성에서 기인한다. 이들 세 신의 도움으로 인간의 360여 사(事)를 주관하였으니, 신화시대의 우주론이나 우주 구성론에서 바람이 차지하는 위치나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가 있다. 특히 인간의 360여 사의 으뜸이 곡식이니 바람의 역할이나 상징성이 풍요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천신인 천제(天帝)라는 관념도 하늘을 인격화한 것으로서, 이것은 바람이 천제의 기능이나 섭리의 표상이 됨을 뜻한다. 또 천지조화(天地調和)나 풍운(風雲) 조화의 이치가 용으로 표상되고, 이것을 시각화한 상징성이 바람이며, 이와 같은 신화적 층위를 제외한 허무, 무상, 삶의 기복, 변덕, 기회주의 등이 바람으로 상징되는 것도 한국, 중국, 일본 아시아 3국의 공통점으로 나타난다.

 이 바람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여러 가지 미세한 의미를 담아 사용되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에 왔니?’, ‘신바람이 나서 일을 잘한다.’, ‘바람을 피운다.’, ‘바람처럼 흘러가는 인생’, ‘모진 풍파(風波)를 이겨내고…… ’처럼 행동이나 사건의 동기, 삶의 약동성, 에로티시즘 등 바람은 야성적이고 충동적인 인간의 힘을 상징한다.

 또한 바람은 풍류(風流)나 풍월(風月)처럼 대자연의 섭리 속에서 깨우치게 되는 측은지심이 내재한 자연과 인간에 대한 경이로운 마음가짐이며, 인류 보편적인 예와 도리, 신명나는 감흥을 상징한다.

 벌써 3월이다. 3은 홀수로서 양수이며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짝수인 음수보다는 양수를 길수(吉數), 상서로운 수로 여겨왔다. 특히 이 숫자 3은 우리민족이 가장 선호했던 완성과 안정, 조화와 변화를 상징하는 신성하고 이상적인 최상의 수이다. 그래서 출산 후 금줄을 칠 때에도

 고추와 숯, 숯과 백지를 각각 세 개씩 꽂았으며, 불교의 마애삼존불에도 생명보호와 호국의 의미가 담겨 있고, 이른 새벽에 길어 온 정화수도 세 번 흩뿌리면 온갖 부정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이처럼 우리민족은 좋은 일이나 궂은 일에 3이라는 숫자를 널리 사용하여 그 일이 원만하게 풀어지기를 소망했다. 

 3월이다. 바람이 분다. 봄바람, 꽃바람이다. 바람은 죽은 자도 살려 내는 신령한 신의 입김, 신의 메시지, 하늘에 순응하는 자연의 음성이다. 이처럼 길한 3월에는 신의 메시지가 담긴 신령한 바람, 따스한 바람, 화목바람, 효바람, 우애바람, 취업바람, 건강바람, 풍요바람, 배려바람, 사랑바람, 상생의 바람이 이 나라, 그리고 우리 전북, 가정과 사회 곳곳에 불어서 신명나는 살 만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정영신<전북소설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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