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건축에 펼친 천정장엄 총망라 ‘한국산사의 단청세계’
불교건축에 펼친 천정장엄 총망라 ‘한국산사의 단청세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9.03.13 17: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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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과 종교, 사회문화, 예술의 총체인 한국산사의 진정한 가치에 주목한 책이 출간됐다.

 노재학 사진가가 펴낸 ‘한국산사의 단청세계:불교건축에 펼친 화엄의 빛(미술문화·3만원)’은 한국산사 법당 내부를 장식한 단청문양과 사찰벽화, 조형세계의 정수들을 담아내 한국미술의 원형질을 새로운 시선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노 작가는 근 20년 동안 전국의 전통사찰에 현존하는 법당 내부의 장엄세계를 지속적으로 사각의 프레임에 담아왔다. 이를 통해 단청문양과 벽화에 담긴 본질이나 조형원리를 분석해 온 것이다. 국가나 종단이 해야 할 일을 개인이 묵묵히 수행처럼 작업해온 셈이다.

 사실, 한국산사의 법당은 예경의 공간이면서, 하나의 박물관이고 미술관에 가깝다.

 실제, 사람들은 법당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게 되며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고개를 들어 법당 구석구석을 보게 된다. 이는 불상과 불화, 벽화, 단청문양, 불단, 닫집 등 한 시대 최고, 최상의 조형과 미술이 결집해 있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당 내부에 대한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는 그 가치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수리적 정밀실측조사 보고서는 매년 발행되고 있지만, 법당의 장엄세계에 대한 철학과 미학분야의 연구활동은 분산적이며 미미하기 때문이다.

 총 439페이지에 이르는 책은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외진 공간에 이르기까지 전통문양과 전통색채의 아름다움을 경이롭게 포착하고 있다.

 사진기록의 집대성을 넘어 문양과 벽화, 조형이 담고 있는 본질을 파헤친 글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문화유산 한국산사에 대한 놀랍고도 새로운 조명을 해낸다.

 이를 테면, 천장(天障)과 천정(天井)의 개념을 논리적으로 구분하며, 책에서는 모든 서술을 표준어인 천장대신 천정의 개념으로 일괄해나가는 지점에서부터 저자의 오랜 고민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현존하는 불전건물 중 유의미한 단청문양이 남아 있는 200여 곳 중에서 우선 23곳만 선택해 일곱 테마로 나눠 실었다. 여기에는 부안 내소사와 개암사, 고창 선운사, 양산 통도사,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등이 소개되고 있다.

 전북 지역의 산사 중 부안 개암사에서는 건축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역학적 짜임인 공포에 주목해 기록해내고 있다. 공력을 들인 공포의 아름다움을 보다 전면에 드러내기 위해 대웅전의 편액을 이례적으로 작게 설치한 점 등을 설명해 흥미롭다.

 저자는 또 고창 선운사에서는 후불탱화에 주목한다. 국내에서 후불탱화를 벽화로 조성한 곳은 4곳인데, 온전한 제자리에 자리하고 있는 곳은 무위사와 선운사 두 곳뿐이다. 그 중에서도 선운사 대웅보전 후불벽화는 세 칸에 조성한 유례없는 대형벽화로, 국내 유일의 희소성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천정에 큼직한 꽃나무 입체조각을 장엄한 양산 통도사 대웅전 천정 문양과 화판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또 황금빛 국화 형상의 꽃과 모란 꽃나무로 장엄한 통도사 대웅전 어간 천정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서는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이 아득한 높이의 환경에서도 정밀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엮어냈음을 알 수 있다.

 김천 직지사 대웅전 불단은 구조와 문양 구성에 있어 마치 어떠한 판타지의 세계를 파노라마식으로 전개하고 있는 듯하다.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서측 벽면에 그려진 선학도에 대해서는 화려한 색채의 화면 전체에 상서로움과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점에 포커스를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한국 사찰의 불전건물은 자연 숲의 구현에 가깝다. 고요하며 청정하고, 뭇 생명들의 활기로 가득 찬 거룩한 공간이다”며 “한국 전통사찰의 법당은 숲의 생명력으로 구현한 진리와 자비의 법계우주라는 명제를 갖는다. 이 명제 속에서 사찰 단청장엄의 모든 본질을 풀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자 노재학씨는 1년중 300여 일을 길 위에서 보내는 사진가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영향인지 모르지만, 사진작업에서도 피사체의 패턴, 대칭성을 추구한다. 궁궐, 사찰, 유교건축 등에 장식된 전통문양을 근 20년 간 기록하면서 100만여 장의 방대한 문양 데이터들을 축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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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림 2019-03-14 14:48:31
귀한 정보 감사드리구요.......
다만 선운사 "후불탱화"는 틀린 단어 선택입니다.
탱화는 걸탱(幁) 자를 써서 탱화(幁畵)라고 하니 선운사는 "후불벽화"라 해야 맞지요....
선운사는 그림을 그리고 족자를 맹글어 걸지는 않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