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정치 논리에 지방 체육 다 죽는다
얄팍한 정치 논리에 지방 체육 다 죽는다
  • 남형진 기자
  • 승인 2019.03.12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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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얄팍한 이해관계에 따라 졸속으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이 지방 체육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일선 자치단체장과 의원이 체육단체장 겸직을 못하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핵심인데 재정 지원의 대부분을 지자체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 체육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별 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질 경우 지방 체육은 정치와 체육 분리라는 법 개정 취지보다는 오히려 정치 예속 가속화는 물론 지역 체육계의 갈등과 반목, 줄서기 등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커지고 있다.

12일 전북도체육회에 따르면 이날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과 도체육회 및 도내 14개 시군 체육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시행(2020.1.16)을 앞두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가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도체육회와 시군 체육회 관계자들은 재정 독립이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지방 체육은 고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와 시군체육회의 회장은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당연직으로 맡고 있다.

전북의 경우 도체육회와 시군체육회 전체 예산의 95% 이상이 지자체에서 지원된다. 이 예산은 도민 체육 활성화와 실업팀 운영, 엘리트 체육 지원, 조직 운영 등에 투입된다.

말 그대로 지자체 지원이 없이는 지방 체육은 존재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내년 1월 15일 현재 각 지역 체육회장을 맡고 있는 지자체장들의 임기가 끝나면 민간인으로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데 적지 않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민간인이 체육회장을 맡을 경우 지자체의 안정적 재정 지원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정 문제가 불안해지면 중장기적으로 실업팀 운영과 학교 운동부 지원, 조직 축소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결국 지방 체육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촉박한 시일 내 선거로 회장을 선출하려면 새로운 규정을 만들고 선거인단을 관리해야 하는 등 엄청난 업무량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지역 현실로서는 이를 감당할 인력이 없는 상황이며 선거인단 구성 과정에서 종목별 인원 배정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분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정치와 체육 분리, 체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립, 체육단체의 선거조직 이용 차단’을 목적으로 한다던 법 개정 취지가 오히려 더 큰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 지역 체육계의 중론이다.

전북도체육회 최형원 사무처장은 “체육단체 법인화 및 법률, 조례, 규정 명문화를 통해 안정적인 예산 대책 마련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방 체육을 사지로 몰고 가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체육회장 선출 방식도 시도체육회의 자율적인 선택을 보장해 각 지역의 현실과 특성에 따라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남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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