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과연 내 몸에는 얼마나 나쁜 것일까?
미세먼지, 과연 내 몸에는 얼마나 나쁜 것일까?
  • 김형준
  • 승인 2019.03.11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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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2년 12월 4일, 런던 날씨가 영하를 기록하며 추워지면서 집집이 난방을 위해 석탄을 때기 시작했다. 지금은 굴뚝이 없는 국가로 유명하지만, 당시 영국 런던은 유럽에서 가장 공업이 발달한 도시였다. 인구 800만의 대도시인 런던 테임즈강 인근에는 발전소와 제철소, 각종 공장이 진을 치고 있었고, 집집마다 석탄을 연소할 때 배출된 아황산가스가 런던의 유명한 안개(런던포그)와 만나면서 황산 안개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사상 최악의 대기 오염에 의한 공해 사건으로 불리는 ‘런던 스모그 사건’이 그렇게 시작됐다. 석탄 연료에서 나온 아황산가스와 공장의 굴뚝에서 나온 매연이 안개와 결합하면서 독성을 품은 ‘황화 스모그’를 형성했고, 이 현상이 12월 4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이어지면서 호흡기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마다 줄을 이었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사망자가 속출하였다. 이후 2주 동안 4,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듬해 2월 중순까지 호흡기질환자를 중심으로 8,000명의 초과사망자를 냈던 초유의 참사가 이어졌다. 이는 거칠 줄 모르고 개발만을 위해 내달리던 인간들에게 자연과 환경이 주는 엄중한 경고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지난주 우리나라는 최악의 미세먼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전국규모로 일주일 이상 이어졌던 뿌연 하늘의 풍경은 과연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이 공기를 마셔도 되는 건지, 마시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막연한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미세먼지는 알려진 바와 같이 담배, 술과 마찬가지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지난 8월, 덴마크 암학회 연구센터는 미세먼지와 암 발병률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내용을 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은 18%, 미세먼지는 10㎍/㎥ 늘어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이 22%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주 전북기준 미세먼지가 200㎍/㎥ 이상을 3일 이상 지속하였으므로 폐암 발생 위험이 미세먼지 보통의 기준인 50㎍/㎥보다 무려 200~300% 폐암 발생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폐암만이 아니다.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일반적인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대부분 걸러져 배출된다. 하지만 미세먼지(PM10)는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10정도인 10㎛로 코,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에 축적된다. 기관지에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진다. 또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쉽게 침투,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진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할 때 호흡기 질환 입원환자 수는 1.06%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8.84%나 급증했다. 특히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크기가 작은 탓에 폐포를 통해 혈관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이 손상되면서 협심증,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피부와 안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가 모공을 막아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유발하고 피부를 자극하면서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과 결막염 환자는 미세먼지가 코 점막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킨다. 또한 두피에 미세먼지가 섞인 눈·비를 맞으면 모낭 세포의 활동력을 떨어뜨려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쉽게 부러지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빠진다.

 이런 미세먼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마스크이다. 그러나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없어서 미세먼지 마스크는 공인받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일반 소비자가 이를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KF마스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권장하는 바는 일생생활, 출퇴근, 간단한 외출 정도는 KF80,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KF94 정도를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마스크의 유효사용시간은 연속 8시간 정도이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는 데 우선 착용법을 잘 숙지해야 한다. 입·코가 잘 밀착되게 착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나치게 밀착된 마스크가 호흡을 방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방해하여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에게 오히려 호흡곤란, 두통 등 건강에 해가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스크 착용도 부득이한 경우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정부는 저감대책을 위주로 미세먼지에 대한 정책 등을 내놓고 있으나 미세먼지가 과연 인체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에 따른 행동요령이나 건강지침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대책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관련 학계와 진행하고, 의학적 대처 방법과 구체적인 행동요령도 만들어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미세먼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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