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배운 전북경제
핀란드에서 배운 전북경제
  • 이상직
  • 승인 2019.03.11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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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까지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의 4분의 1을 담당했다. 핀란드 수출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했으며, 국내총생산(GDP)의 4%, 법인세의 최대 23%를 노키아에서 차지하고 있었다. 세계 최대 휴대폰 전문기업 노키아는 2000∼2007년 사이 세계 휴대폰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승승장구했고, 인재, 자금 등을 독식했다. 노키아로 인해 다른 산업이나 기업의 성장은 더뎠다. 그러나 2007년 이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시작된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를 나락까지 끌어내렸다. 경제성장률이 5.3%에서 0.3%로 추락하였고, 실업률은 6.7%에서 8.2%로 높아졌다. 경상수지도 2011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2000년 28.1%이던 전기전자 부분의 수출점유율이 2013년에는 8.4%로 떨어졌다.

 그런데 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정부가 창업인큐베이터의 역할 수행하며 건전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정보기술(IT) 등 미래 산업을 지원하여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그 결과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슈퍼셀 등 수많은 중소벤처기업이 생겨나 경제가 활력을 되찾았다. 이 같은 핀란드 사례는 일부 재벌 대기업 유치 및 지원에 의존한 경제정책으로 파산위기를 자초한 전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전북지역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2년 연속 0%대의 경제성장률에 머무르고 있다. 협력업체의 40%가 휴폐업 상태이며, 실업자 수가 2만여 명을 넘어서 2018년 상반기 실업률은 4.1%로 지난해보다 2.5%p 상승했다. 실제 군산 인구는 1년 6개월 사이에 4,000여명이 줄었고 지역 상권은 이미 무너져 내렸다.

 필자는 핀란드의 경우와 같이, 미래형 산업의 창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여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현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전북지역 수출은 전년대비 24.1% 증가한 78억 3,067만달러로 전국 5.5%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핵심 산업인 자동차관련 수출이 23.4% 감소하였으나, 정밀화학, 합성수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조를 보이며 상승한 것이다. 이는 지역 중소·중견기업의 제품개발과 해외 시장개척 노력으로 나타난 성과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는 2018년 전북청년창업사관학교를 설치하고, 청년 CEO 양성인원을 30명에서 올해는 70명으로 확대하였다. 2011년 개교이래 7년 동안 전북출신 청년 CEO는 불과 27명 배출한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아울러, 혁신성장을 위한 스케일업(Scale-up) 금융을 신규로 지원하고, 전북 전주의 캠틱에 고도화된 ‘스마트공장 배움터’를 설치하여 4차 산업혁명 전문 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자율주행차 관련 기업들의 집적화를 통한 지역혁신모델을 개발하고,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얼마 전 전북지역은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과 ‘상용차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 생태계 구축’사업 예타 면제로 혁신생태계 조성의 첫발을 내디뎠다. 세계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필자는 공항, 문화, 금융, 농생명바이오, 신재생, 미래차 중심의 혁신생태계 조성으로 가장 혁신적인 도시, 청년들이 돌아오는 전북, 잘사는 전북을 만드는 데 1그램의 열정마저도 다 쏟을 생각이다.

 이상직<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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