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 봄을 돌려주세요.
우리들에게 봄을 돌려주세요.
  • 박성욱
  • 승인 2019.03.07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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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 새로 시작되는 학교

2019년 3월 4일. 입학 축하 플래카드가 교문 앞에 걸려 있다. 1학년 동생들이 학교에 들어온다. 새로운 선생님도 오신다. 전학 온 새 친구도 있다. 교실로 바뀐다. 서로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새로 나눠주는 교과서들이 여러 권이다. 새 것을 보면 마음도 새롭다. 새 책을 받으면서 선물을 받는 듯 한 느낌이다. 예전에 교과서가 모자란 시절에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종종 헌 교과서를 받기도 했다. 친구들 입이 울퉁불퉁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새것으로 준다. 새 학년 새 학기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이 가득한 학교 풍경이다.

 

봄 친구 만나러 가야 하는데

학교 담장 너머 매실 밭에 하얀 꽃이 피었다. 매실 밭 위에는 둠벙이 메워지고 작고 낮고 조금 넓은 물웅덩이 습지가 있다. 도롱뇽, 개구리, 두꺼비가 알을 낳는 곳이다. 긴 줄 속에 까만 배 씨 만 한 알들이 있다. 알에서 새끼들이 깨어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봄까치 꽃, 냉이꽃, 봄맞이 꽃, 양지 꽃 등이 피고 진다.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지나면서 아이들도 자란다. 그런데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세상이 뿌연 회색빛이다. 맑고 파란 하늘 빛 아래 아이들의 밝게 빛나는 미소가 가득해야 할 학교. 우리에게 당연한 줄 알았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줄을 깨닫고 있는 하루하루다. 봄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만나러 갈 수가 없다.

 

그래도 꽃은 핀다.

올 겨울은 눈이 거의 오지 않았다. 찬 겨울비도 별로 내리지 않았다. 땅이 메말랐고 푸석푸석하다. 바람도 별로 없이 조용하다. 이제 횟수로 5년째 학교 본관 앞 야생화 화단을 아이들과 함께 가꾸고 있다. 봄에는 괭이밥이 화단에 가장 침입자다. 그 수가 하도 많아서 수백 개는 뽑아야 한다. 뽑아도 뽑아도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또 난다. 그런데 우리 야생화들 식구가 많아져서 이제 제법 힘이 생겼다. 야생화 화단에서 제일 부지런한 친구는 복수초다. 올해 핀 복수초는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메른 땅을 뚫고 힘겹게 올라와서 노란 꽃을 활짝 피웠기 때문이다. 복수초 옆으로 깨진 타일처럼 조각난 흙 조각들이 또렷이 보였다. 아이들은 참 신기한 듯이 살펴보았다. 이제 곧 아이들과 작은 텃밭을 가꿀 준비를 해야 한다. 삽과 괭이로 땅을 파고 밭을 정리해 본 아이들은 안다. 땅을 파고 씨를 심고 식물이 자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에게 봄을 돌려주세요.

“선생님! 우리 밖에 나가서 놀아요.”

“선생님! 우리 밖에 나가서 놀아도 돼요?”

이들은 묻고 또 묻는다. 그런데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지는 요즘 날씨에 밖에 나가는 것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 새 학년 새로 시작되는 학교에 아이들 생생한 힘이 가득해야 하는데, 학교 담장 너머 봄 친구들도 만나러 가야 하는데 나갈 수 없는 요즘이 참 아쉽고 걱정된다. 그래도 교실 귀퉁이에서 조잘 조잘, 강당에서 쌩쌩, 화단에서 소살소살, 아이들도 자라고 꽃도 핀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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