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호
  • 승인 2019.03.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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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은 무엇인가? 보는 기관이다. 그러나 사실 눈은 시각도구를 넘어서는 그 이상이다.

 생명체는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한 감각기관을 발달시켰는데 과거 어느 시점에 빛을 느낄 수 있는 원시 시각기관이 발달한 이후 시각은 생명체의 주된 감각수용체로 자리를 잡았다. 임신 6주가 되면 눈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11주경이면 눈꺼풀이 형성되는데 태어나기 전까지 눈의 구조물은 다 완성되지만, 신생아는 거의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뱃속의 태아는 시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갓 태어난 아기는 시력이 0.05정도의 심한 원시이고 생후 1개월이 지나면 겨우 60센티미터 전방의 사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3개월이 되면 불완전했던 시신경이 완성되어 사물을 따라 시선을 옮길 수 있게 된다. 뇌에서 시력을 담당하는 신경은 성장을 계속하여 6세가 되면 시력이 완성되고, 두 눈이 협동하여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능력은 8세가 되어야 완성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시각은 다른 동물에 비하여 발달하였다. 인간의 망막에는 빛에 민감한 세포가 1억 3700만개가 있다. 이 중 1억3000만개는 막대세포이고 나머지 700만개는 원뿔 모양이다. 막대세포는 빛에 반응하고 원뿔세포는 색을 감지한다. 망막이 1초에 만들 수 있는 이미지는 30-40개가 넘지 않는다. 그래서 불을 켰다 껐다 하는 간격을 아주 짧게 하면 눈은 불빛이 계속 켜져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 간격이 0.12초인데 이보다 빠른 자극은 연속적인 동작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영화의 필름이 1초에 30-40개씩 돌아가면 연속적인 동작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어두운 환경에 처하게 되면 동공이 확대되어 더 많은 빛을 망막에 보내고 망막에 있는 막대세포의 민감도가 상승하여 어두움에 적응하게 되는데 보통 30-45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밝은 곳으로 나오면 처음에는 눈이 부시지만 30-40초 안의 짧은 시간이 지나면 동공이 축소되고 빛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적응하게 된다. 흰자위와 동공 사이에 있는 색깔이 있는 고리모양의 근육을 홍채라고 부르는데 이 근육은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처럼 동공의 크기를 조절한다. 동공에서 퍼져 나오는 근 섬유는 어두운 극장 안에 들어갈 때 동공을 잡아당겨 동공을 확장시킨다. 극장에서 밝은 곳으로 나올 때 동공을 둘러싸고 있는 또 다른 근육은 오그라들며 동공을 수축시킨다. 홍채는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데 홍채가 없다면 우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순간을 자주 만났을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눈은 정보의 수용기관으로서 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표현되는 감정의 표현기관이다. ‘영혼의 창’이란 말이 있듯이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면 눈을 쳐다봐야 한다. 그러나 눈은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신비를 감추고 있어 애매모호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세상을 내다보는 투명한 막인 눈 뒤에 있다. 외부를 보는 동시에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눈은 뇌와 세계 사이에 존재한다. 민감한 수용기관인 눈은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기 때문에 자신의 관심과 감정이 무작위적으로 표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타인의 눈을 보고 입으로 나오는 말보다 더 신뢰할 만한 정보의 원천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말은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상대방에게 들려주기를 원하는 내용만을 선별하지만, 눈과 표정이 전해주는 정보는 말보다는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은 고집 센 어린아이이고 말은 예의가 바른 어른인 셈이다.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의 약 80%가 눈을 통하여 얻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동공과 홍채 바깥에 흰 색으로 보이는 공막은 인간에게만 특징적으로 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동물들은 이러한 색깔을 띠지 않는데 인간과 근연관계에 있는 영장류에게도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다. 이는 상호정보 교환이 중요해진 인간의 생존방식과 관련이 많은데 인간은 자신이 주시하는 방향을 상대방도 알게 하고 자신 역시 타인의 주시방향을 알아야 할 필요성 때문에 이러한 눈에 잘 띠는 흰 색으로 공막의 색깔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말을 통하여 가공된 정보를 전할 필요도 있지만, 주의 방향과 같은 가치가 중립적인 정보는 무삭제로 전달하는 것이 정보판단의 비용을 줄여 쌍방향 모두에게 이익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대화 도중에 눈을 힐긋힐긋하는 태도에서 타인의 무관심이나 거부의 뜻을 읽어낸다.

 최정호<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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