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 디테일부터 챙겨라
미세먼지 대책, 디테일부터 챙겨라
  • 윤석
  • 승인 2019.03.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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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세운 여러 목표 중 가장 기대가 컸던 건 ‘걷기의 일상화’였다. 1월 한 달, 걸어서 출퇴근 하며 얻은 유익함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 중 걷고 난 후 온몸에 퍼지는 개운함은 여러모로 내 삶에 이득을 주었다. 업무는 물론 인간관계에도 활력이 붙었다.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삶의 전반적인 행복도’가 증진되는 걸 경험했다.  

 그러나 2월 들어선 걷기가 힘들어졌다. 날이 풀리며 농도가 짙어진 미세먼지 때문이다. 마스크 챙기는 걸 깜빡한 날엔 5분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콧속과 목구멍이 까끌거려서다. 마스크를 써도 오래 걸으면 눈이 따가워 졌다. 자연히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햇볕 쬐는 시간이 줄면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도 줄어든다고 한다. 실제로 일조량이 적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지역에 우울증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한다. 이런 정황들을 고려해봤을 때, 최근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질수록 개인의 행복감은 줄어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세먼지는 더 이상 비나 눈 같은 기후현상 중 하나로 보면 안 된다. 국민건강에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는 유해물질로 분류돼야 한다. 건설현장의 경우 미세먼지가 공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사유인 천재지변급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개인적 사례긴 하지만, 행복과 불행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환경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 있자면 국민 개개인이 느끼는 불폄함과 그로인한 행복도 저하를 즉각 달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거론하는 방법들이 다소 실생활과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 가동중지, 경유차 운행제한, 인공강우 실험, 중국에 대한 외교적 접근 등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대책들일 테다. 그러나 당장 밖에 나가려고 마스크를 찾는 국민 개개인에게는 언뜻 와 닿지 않는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국민들이 당장 해결되길 바라는 것들은 단순하다. 먼저 미세먼지 측성의 신뢰성이다. 최근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제품 중 하나는 바로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다. 정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측정치를 잘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세운 전국 미세먼지 측정소는 400여개다. 여기서 한시간 간격으로 포집되는 미세먼지는 자동기계 컴퓨터로 분석한 후 바로 대기질통합예보센터로 보내진다. 도로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미세먼지의 농도가 다르고, 통풍이 잘 되는 지형인지 그 반대인지, 측정 장소가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서도 미세먼지 농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한민국 영토 내 고작 400여개 측정소가 내놓은 평균치를 믿고 내 아이를 놀이터로 내보낼 부모는 사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마스크의 원활한 보급도 현실적인 문제다. 미세먼지 마스크가 하나에 2000원 정도 라지만 매일 하나씩 사서 쓰고 버려야 한다면 선뜻 구매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취약계층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직접 지급하는 다분히 ‘시혜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모두에게 동등하게 위협이 되는 만큼 보편적 지원책이 마련되는 게 맞다. 미세먼지 마스크 가격을 전반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일상과 직결된 문제다. 디테일한 해결책이 중요한 이유다. 국민의 구체적인 삶속에서 바라보고, 그 삶속에 녹아든 불편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3월이다. 긴 겨울을 지낸 많은 사람들이 봄 햇살 속을 걸으며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괜찮고 저렴한 마스크와 동네 산책길의 미세먼지 농도만 정확히 확인할 수만 있다면.

 윤석 / 삼부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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