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박물관에서 만난 ‘구스타프 클림트’
책박물관에서 만난 ‘구스타프 클림트’
  • 박인선
  • 승인 2019.03.03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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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作 kiss<키스> /오스트리아미술관 소장

 삼례문화예술촌과 책마을은 우리 지역의 대표명소 중에 하나가 되었다. 100년이 지난 오래된 창고들은 일제식민지의 수탈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이제는 문화예술을 함께 할 수 있는 지역의 자긍심으로 자리 잡았다. 미술관과 공연장은 연중 행사를 펼치고 있다. 디지털아트관과 목공소는 보는 것 자체만으로 흥미롭다. 책마을은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삼례문화예술촌과 더불어 문화예술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주중에 찾아서인지 책마을은 그다지 붐비지 않았다. 길 건너쪽 커피숍을 지나다 보니 행락객들과 아베크족들의 희희낙락한 표정들이 유리창 너머로 비췬다. 책마을에도 잘 꾸며진 카페가 있지만 대조되는 모습이다. 차도 마시고 독서를 하면서 데이트를 하면 좋으련만,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책에 관해서는 삼례책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싶을 정도로 야심차게 일궈 낸 흔적들이 곳곳에서 잘 드러나 보인다. 해 지난 근현대 도서들이 2층 높이의 널따란 공간에 가지런히 꽂혀있다. 평생을 고서수집과 연구에 바친 독지가의 노력과 지역주민들의 합심해 만들어졌다.

 바로 옆에 자리한 책박물관으로 들어서니 오스트리아의 작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판화전이 열리고 있다. 뜻밖에 만난 행운이다. 반가운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판화작품은 작은 크기의 작품들이다. 소박함이 배어나는 책박물관의 공간배치와 작품이 어우러져 알뜰함 마저 느껴진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전시회 같다. 작가를 알고 나면 작품에 대한 친숙함도 배가된다. 그의 작품은 인쇄를 통하여 판매되는 미술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한다. 즐겨 쓰는 황금빛 물감과 금박은 매혹적인 여인의 표현과 함께 대중들의 구미와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의 명성을 높여 준 작품으로 1908년에 제작한‘키스’가 있다. 오스트리아미술관이 작품발표와 함께 매입하여 지금껏 단 한 번의 반출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표작품이다. 클림트의 저력을 지켜본 미술관의 판단은 적중했다. 미술관 입장객이 가장 오래 머무르면서 작품에서 보여지는 포즈를 따라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니 미술관은 사랑의 해방구가 된 셈이다.

 화면 가득한 황금빛 색감과 의상 속에 가려져 있는 남성성은 지극히 암시적이다. 육중함에 매달려 입맞춤을 기다리는 여인의 신체는 대비되어 보인다. 한동안 그의 작품은 비난과 찬사가 교차했다. 보수적 시각에서는 외설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속에 외설은 무뎌지고 대표적인 에로티즘작가로 자리 하게 되었다. 일관된 소재에 대한 접근이 오늘날 그를 있게 한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익숙한 로댕의 작품 ‘지옥의문’에서도 ‘키스’라는 작품이 등장한다. 수많은 인물군중에 작은 소품에 불과하지만 로댕의 ‘키스’도 크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클림트와 동시대의 작가다. 지옥의문이 로댕의 대표작품이지만 그는 작품의 완성을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그의 생전에 ‘키스’는 석고, 테라코타, 브론즈, 대리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그가 정성을 들인 작품들만 보아도 에로틱한 소재에 대한 관심은 인간의 욕망, 그 한 부분임에 분명하다.

 100년의 세월 속에 갇힌 어둠의 공간이 새로운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탄생은 축복이다. 그러다 보니 책박물관을 통해 먼 나라의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더불어 또 다른 작품전들이 기획되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기대된다. 화창한 봄날, 클림트의 작품들이 삼례책박물관에서 관람객과의 대화를 기다린다.
 

 글 = 박인선 정크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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