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정치 그만, 국민이 불행해진다
막말정치 그만, 국민이 불행해진다
  • 송일섭
  • 승인 2019.02.28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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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어찌 보면 세상을 바꾸는 도구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공존과 평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말들은 사회 구성원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지만, 가시 같이 뾰족한 말, 살갗을 헤집는 칼 같은 말, 그리고 상대를 얕잡거나 비난이 가득 담긴 말은 사회를 퇴행시키고 만다.

요즘 우리사회는 거침없는 막말의 전성시대 같다. 어쩌다 실수로 한 말아 아닌 것 같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듯 거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는 소위 노이즈마켓팅(Noise marketing)을 통해서 지명도를 높이고, 지지자들의 결집력을 높이고자 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최근 한 야당의 5.18 폄하 발언은 ‘정치판 막말의 극치’라 할 만큼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군부독재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하여 시민들에게 많은 고통과 눈물을 준 1980년 5월을 그들은 지우고 싶은 모양이다. 지금까지 여러 번 법원 판결을 통해서 북한의 특수부대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그렇게 주장한다.

이렇게 주장하게 된 이면에는 음습한 음모가 있을 것 같기에 걱정스럽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면 비로소 의심을 하게 되고 마침내는 그것을 사실로 믿게 된다는 ‘괴벨스의 지적’이 섬뜩하게 다가든다. 이것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계속 덧나게 하는 집요한 고문과 다르지 않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이라 폄하하고 세금을 축내는 사람들이라고 하였으니, 이들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궁금하다. 역사적 평가를 통하여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리된 것을 그들은 왜 인정하지 않을까. 그것은 일종의 진영논리에 익숙한 그들만의 오기인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5월이 되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많은 광주 시민과 유공자들의 가슴을 다시 짓밟는 일 아닌가. 이것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의도된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게까지 한다.

또한 당 대표 경선에 나온 후보는 전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하여 이제까지와는 다른 주장을 폈다.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달리하는 표현들 또한 막말의 범주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선 당장 몇 표 얻는 데에는 유리했을지 모르지만, 두고두고 논란에 휩싸일 것이고, 결국에는 그의 행보에 치명적 약점이 되기도 할 것이다.

또한 여당의 중진 의원의 설화도 안타깝다. 대통령 지지도가 20대에서 유독 많이 떨어진 것을 두고 집단을 매도하는 엉터리 진단을 했다. 20대들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교육을 잘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양간에 졸고 있던 소들이 일제히 웃을 일이다. 지지도 하락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왜 남 탓으로 돌릴까. 이게 이 나라 정치가들의 인식수준이라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20대 청년들이 왜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은가를 엄정하게 따져 읽어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시민들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술술 나오는 이야기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 실업이 장기화되면서 신뢰와 기대가 약해졌기 때문 아닐까. 그런데도 엉뚱하게도 이명박, 박근혜시대의 교육 탓이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 자신들의 정책을 깊이 통찰해야 할 상황을 저렇게 핑계되고 만다면 그 해결책은 영원히 찾을 수 없다.

한 후보의 대통령에 대한 막말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다. 아예 정치의 기본마저 제대로 학습하지 않은 사람들 같다.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면서도 제 할 말을 당당히 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어쩌다 저런 지경이 되었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는 ‘뭐 저 따위’ 화법을 통해서 상대를 모욕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받게 그런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왜 우리 정치판에는 이처럼 험악한 언어가 넘쳐나고 있을까.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어떻게든지 이기고 말겠다는 극단적 발상 때문일까.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사회는 절대로 바람직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어디에나 이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저열한 말로 그들을 꾸짖고 호통하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행위다. 건전한 대안이 없는 막말사회, 이것은 국민들을 불행으로 이끌고 말 것이다.

 

송일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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