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중하러 나가요
봄마중하러 나가요
  • 이길남
  • 승인 2019.02.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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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찾아보고 나비도 찾아보고

「 나비야 부르니/ 강아지가 쪼르르/ 달려나온다 // 나비야 부르니/ 고양이가 목 길게 빼고/ 두리번거린다 / 나비야 불러도/ 나비는 보이지 않는 마당에/ 봄 햇살만 가득하다」

도종환 시인의 ‘나비’라는 동시이다. 지금은 나비가 보이지 않지만 따뜻한 봄 햇살에 금방이라도 꽃도 피고 노랑 나비가 날아다닐 것만 같다.

동시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온해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감정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동시를 지은 작가의 마음이 전해지면서 장면이 상상되어 머릿 속을 떠돌기도 하고 오랜 동안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이 맴돌기도 한다.

봄에는 겨우내 잠을 자던 나무들이 깨어나 열심히 물을 올려 꽃을 피우고 잎을 돋게 한다.

생동하는 봄이다. 모든 것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희망에 찬 봄이 다시 시작되었다.

작년 가을에 뚝.뚝. 미련없이 잎을 떨구던 나무는 꽁꽁 언 겨울땅에 서서 빈 가지 사이로 부는 찬바람을 이겨내며 버텨냈다.

산길을 걷다 만난 매화나무가 반갑다. 가지마다 방울방울 하얀 꽃망울이 맺혀있는 것을 보니 조만간 활짝 꽃을 피워낼 것이고 지나는 사람마다 그 은은하고 달콤한 매화향에 취할 것이다.

퇴계 이황의 매화사랑 이야기는 유명하다. 매화를 사랑한 퇴계 선생은 매화를 노래한 시가 100편이 넘는데 단양군수시절에 만난 두향이라는 기생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두향은 詩(시)와 書(서)와 가야금에 능했다고 하는데 특히 매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퇴계 선생이 풍기군수로 발령이 나 떠날 때 두향이 수석 두 점과 매화 화분 하나를 선물했다고 하는데 두 사람은 그 뒤로 평생을 만나지 못했지만 퇴계 선생은 두향을 보듯이 매화를 정성껏 돌봤다고 하며 돌아가실 때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는데 바로 “매화 화분에 물을 주어라”였다고 한다.

「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이요,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위 시는 「오동나무는 천년이 되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있고/ 매화는 일생동안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려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버드나무는 100번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4대 문장가인 신흠의 시인데 퇴계 선생이 평생동안 살아가면서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글로 유명하다.

이제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왔으니 아이와 함께 봄에 어울리는 동시도 찾아 읽어보고 또 지어보기도 하고 봄나들이를 하면서 세상구경나온 봄꽃들을 찾아다녀볼 때이다.

 

이길남 부안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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