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사회를 해결하려면
제로섬사회를 해결하려면
  • 김동근
  • 승인 2019.02.27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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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섬게임(zero sum game)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레스터 서로(Lester C. Thurow) 교수가 1981년에 쓴 제로섬사회(The Zero-Sum society)가 발간되면서 유명해진 용어이다. 제로섬게임은 게임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들의 스코어를 전부 합하면 반드시 영(0)이 되는 게임을 말한다. 누군가가 얻는 만큼 반드시 누군가는 잃게 된다. 승자의 득점은 패자의 실점으로 이어지므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제로섬게임의 대표적인 예가 프로스포츠, 바둑, 장기, 체스 같은 것들이 있다.

 제로섬사회는 한정된 자원을 전제로 ‘경쟁’과 ‘성과보상’이라는 철학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난다. 제로섬사회는 파이(pie) 하나를 나눔에 ‘더 갖는 자와 그만큼 갖지 못하는 자’간의 경쟁 상태가 되는 사회이다. 레스터 서로 교수는 미국은 이익과 손해의 합이 영(0)이 되는 제로섬사회라고 진단하였다. 이런 사회에서는 내가 갖지 못하면 빼앗기게 되기 때문에 구성원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다. 규칙이 없으면 게임이 공정하지 않고 끝까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로섬사회가 되면서 사회의 기본 원칙이 사라지거나, 있더라도 자주 바뀐다.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전쟁에도 나름의 룰이 있다. 세계경제에서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나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간 협정, 아세안(ASEAN)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같은 지역 경제공동체가 있어서 나름의 원칙에 따라 국가간의 갈등을 조정해 왔다.

 그러나 다자간 협정이나 지역 경제공동체가 점점 약화되면서 당사자 쌍방이 직접 협상하고 규칙을 만드는 자유무역협정(FTA) 중심으로 세계경제 구도가 바뀌었다. 그러면서 통일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 무너져 버렸다. 세계경제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국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이익만 극대화하려는 힘 대결이 일반화되었다. 이들 국가는 자본을 무기로 하는 신자유주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세계경제를 투기경제로 바꾸고 있다. 그 결과 세계경제는 커다란 금융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 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조직 간에도 존재한다. 정치는 타협이 생명이지만 여야간의 첨예한 힘겨루기 대결로 몇 개월째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들이 잠을 자고 있다. 검찰과 경찰도 수사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판인 법원도 재판개입을 통해 게임에 참여하였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사법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독과점을 인정하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나 불공정거래, 탈세 등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럼에도 구글이나 아마존, 네이버 등은 포털이나 전자상거래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24시간 편의점을 통해 골목상권까지 독점하고 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힘에 의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제로섬사회에서 승자들의 이익은 패자들의 손실을 수반하기 때문에 소득 불균형이 심화한다. 우리나라도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내수산업과 수출산업 사이에 양극화가 구조화되어 버렸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고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취업이 어려우니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출산율은 세계 최저가 되어 버렸다. 경제가 사회생태계를 파괴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제로섬사회에서는 자본주의의 기본 철학인 ‘경쟁’과 ‘성과보상’을 넘어서 오직 ‘생존’만이 제로섬사회의 이념이 되어 버렸다. 국가 대 국가, 대기업 대 중소기업, 보수 대 진보, 개인 대 개인이 벌이는 생존게임에서 원칙이 무너져버렸다. 자기 진영의 생존에만 집착하느라 패배자를 돌볼 의지나 여유가 없다.

 레스터 서로 교수는 제로섬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완화하거나 해결하려면 고용지원 프로그램의 확대, 조세구조의 개혁, 공정거래법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하드웨어적인 정책만으로는 제로섬사회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제로섬사회에서는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영(0)이 되지만, 나눔에서는 영(0)이 필요 없다. 나눔을 통해서 행복의 크기를 키울 수 있다. <우체부 프레드>를 저술한 미국의 마크 샌번은 “베풂은 기술이다. 그러므로 연습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는다면 당신이 가진 물질적, 정서적 소유물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사회는 나눔을 통해 희생과 배려, 상생을 추구하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에 의한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경쟁이 아닌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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