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 유강열
  • 승인 2019.02.2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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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쪽지방에서 매화, 산수유 꽃이 피는 것을 시작으로 만물이 태동하는 봄이 서서히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어느덧 추운 바람은 물러나고 따스한 햇살과 함께 연구소 주변의 밭에서 일 년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거름 냄새와 밭을 가는 농부들의 모습들은 새로운 봄이 다가옴을 알려준다. 기나긴 겨우내 움츠린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새봄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봄을 기다리는 것은 계절만이 아닐 것이다. 답답한 정치, 경제, 사회, 남북관계, 세계정세 등 여러 분야에서도 희망적인 새로운 봄들을 기다리는 것이다. 김소엽 시인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 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 이라고 봄을 기다리는 노래를 하였다. 북미 정상이 베트남에서 만나 희망적인 봄 소식이 전해지길, 정치판에도 비상식적인 막말이 사라지길, 경제도 활기차게 살아나길, 사회적으로도 정의롭고 다양한 포용이 가능한 새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상기후와 지구 온난화로 봄의 경계가 어려워지지만, 봄은 기상학적으로는 양력 3-5월을 말하며, 절기상으로는 입춘(立春)에서 입하(立夏)까지를 말하며, 음력으로는 1~3월을 말하며, 일평균기온은 5~20℃의 계절을 말한다. 봄이 되면 겨울동안 맹위를 떨치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져 북서계절풍이 약해지고, 약화된 고기압이 변질한 양쯔강 기단이 생성되어 온난한 기단이며 이동성 고기압으로 동쪽인 우리나라에 이동해온다. 그러나 그 뒤를 따르는 저기압은 봄비와 같은 날씨들을 만들고, 때로는 시베리아 기단이 되살아나서 꽃샘추위가 나타나고, 고비사막과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진에 의해 황사현상이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봄의 동물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와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벌과 나비가 생각난다. 봄의 식물은 강희안의 화개월령(花開月令)에서 보면 정월에는 매화, 동백, 두견화 꽃이 피고, 이월에는 매화, 홍벽도(紅碧桃), 춘백(春栢), 산수유 꽃이 피고, 삼월에는 살구, 복숭아, 배, 사계화(四季花), 해당화, 사과 꽃이 시기에 맞추어 핀다고 하였다. 봄은 기간은 짧지만, 무엇보다도 만물이 새로이 깨어나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시간인 것 같다.

 봄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은 새로운 한 해의 계획 수립, 일장춘몽(一場春夢), 봄바람, 아지랑이, 그리고 보릿고개 등이 생각난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는 겨울을 지나고 봄이 오면 식량이 바닥나 배고파 굶주린 춘궁기(春窮期), 보릿고개가 심각한 화두였을 것 같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보릿고개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된 것 같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꼰대라고 핀잔을 받을 것 같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쌀이 부족하던 시대에 학교에서 도시락 혼식 검사하던 옛 이야기를 모르고, 도시락이 아닌 학교급식 세대들이니 도시락을 왜 검사해요? 라고 의문을 표하는 게 당연할 것 같다. 요즘 혼식은 혼자 먹는 식사라고 알고, 혼술과 같은 의미로만 생각할 것이다. 그 당시는 부족한 쌀을 채워주기 위한 혼식이었다면 요즘은 비만과 당뇨에 대한 건강식 개념으로 바뀌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농업 중심사회 바이오경제 시대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스마트바이오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식량부족이 아니라 영양과다로 오히려 비만을 걱정하며 살고 있다. 간편하게 편의식품을 주변에서 손쉽게 구매하고, 새벽에 현관까지 배달해주는 간편요리세트(Meal kit)를 가열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음식이 배달할 수 있고, 건강식품이 간편하고, 개인별 맞춤식품도 가능하여 건강기능식품, 유아식, 스포츠 식품, 환자맞춤형 식품, 우주식품 등 다양한 기능식품도 가능하다. 미래에는 농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배양한 배양육이나 인공육과, 식사대용 캡슐 또는 알약 형태의 식품, 3D 프린터로 찍어내는 식품 등 다양한 미래식품과 함께 인공지능과 연결된 스마트한 융합서비스들도 새롭게 접하게 될 것 같다. 스마트산업, 스마트바이오, 프리미엄 농식품과 다양한 연관 산업들과 서비스산업의 미래도 무척 궁금하다.

 봄을 기다리는 길목에서 우리 지역에도 활기찬 봄바람이 가득 불어오리라 기대하며, 포용과 정의롭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발전하고, 스마트 산업 고도화와 함께 침체한 지역 경제도 되살아나고, 스마트농생명, 특례시 지정,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등 지역의 여러 현안이 해결되어 새로운 변화로 훈훈한 봄바람을 기대해 본다.

 유강열<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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