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장수 출신 자랑스런 소설가 ‘박상륭“
내 고장 장수 출신 자랑스런 소설가 ‘박상륭“
  • 고강영
  • 승인 2019.02.26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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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탄다면 박상륭이 일번이라고 썼다 ‘과한 표현은 아니다’ 고 유용주(시인/소설가)은 말한다. 

 박상륭 선생은 지난 2017년 7월 1일 돌아 가셨다. 고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였다.

 박상륭은 1940년 8월 26일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에서 9 남매 중 막내로 모친의 나이가 늦은 45세 때, 그는 태어났다. 허리가 굽고 촌로인 어머니가 거무스레하게 탄 얼굴로 학교에 오면 어린 박상륭은 수치심을 느끼며 숨곤 했다. 상당한 대농가였던 유복한 환경에서 책과 더불어 유년기와 초년기를 보낸다. 유교적 전통 속에서 한학을 익힌 부친으로부터 동양학을 배웠고, 천자문을 읽을 무렵에는 부친이 읽어주는 두보의 시에 귀를 기울였다. 장수초등학교, 장수중학교, 장수농고(장수고 전신)에서도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였다. 장수농고를 졸업할 때 500편에 이르는 시를 썼고, 장차 대통령을 꿈꾸는 조숙한 학생이었다. 중앙대학교 전신인 서라벌예대 문창과에 진학 한다. 거기서 필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인 이문구를 만난다.

 김동리의 제자이며 제2회 김동리 문학상을 받았다.

 1963년 ‘사상계’에 단편 ‘아겔시마’로 가작에 입선하며 등단 하였고 1969년 캐나다로 이민 가서 병원 시체실 청소부와, 종교서적을 주로 팔던 서점 주인으로 쭉 살았으며 1년에 한 차례 정도 귀국 하곤 했다. 박상륭의 작품들은 주제의식의 심도가 깊다. 특히 대표작 ‘죽음의 한 연구’는 한국소설 중에서 손꼽히는 난도, 물론 종교적, 피안적, 탐미적, 영성적인 요소도 포한 되어 있다. 따라서 대충 읽어서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다. 어려운 소설이다 보니 호불호가 갈린다. 대중들 사이에서는 컬트적인 작가로 취급 받는 듯하다. 반면 소설가들 사이에서는 그의 대표작 ‘죽음의 한 연구’를 넘사벽의 작품이거나 한국문학의 끝판대장으로 꼽기도 한다.

 캐나다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죽음의 한 연구 속편들에 대한 집필에 진력하다 대장암을 선고 받았고, 2017년 7월 1일 사망했다.

 장례는 지인만 초대해 가족장으로 조촐히 치러졌다고 하며, 미 출판된 집필물들은 고인이 출판하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으며 처음에는 쓸데없으니 죽음조차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박상륭의 대표작 ‘죽음의 한 연구’는 그의 소설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중요한 키워드가 되며, 다른 작품에 비해 그나마 덜 난해한 편이다. 박신양 주연의 영화 ‘유리’로도 만들어 졌으며, 대학로 선돌극장에서는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잇달아 선보이는 ‘제1회 박상륭‘ 페스티벌(1주기 맞이)이 열리기도 했다.

 1999년 예술의 전당의 “박상륭 문학제”에서 평론가 김현이 “1970년대 초에 씌어진 가장 뛰어난 소설이었을 뿐 아니라, 이광수의 ‘무정’ 이후에 가장 좋은 소설 중의 하나“라고 격찬 했던 “죽음의 한 연구” 심지어 ‘박상륭 교도(敎徒)’라고 까지 불리는 일군의 독자들의 존재는 그에게 쏟아진 갈채의 반증(伴證)이다.

 2002년 8월 6일자 동아일보와 8월 7일자 조선일보에서도 ‘문학의 새 지평 갈채 받아’ ‘젊은 작가들 사상의 깊이에 존경심 표현’이라며 그의 소설은 흔히 ‘난해소설’이라고 평가한 일부다.

 “독자들이 쉽게 따라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문에 대한 현답,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간결했다. “독자가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 하는 겁니다. 책을 읽는데 대한 준비 운동은 책을 읽는 겁니다.‘

 2018년 죽음과 구원이라는 주제로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한 소설가 박상륭의 1주기를 맞아 “제1회 박상륭 문학상”이 제정 되었고 2019년 4월에 시상할 예정이다.

 한국문학 100년을 빛낸 시인과 소설가 110인 중 한사람이기도 하다.

 극작가 최창권 선생은 ‘이제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남도의 사내’를 영원히 각자(남은 사람들)의 가슴에 품으려 한다‘고 2017년 7월 20일 한국일보에 기고 한 바 있다.

 우리 고향 사람들의 바램은, 늦었지만 그의 행적을 찾고 지역내에 박상륭 문학관이나 아니면 시비라도 건립하여 그 문학적 가치를 기리고 널리 알릴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문학사에서 빛나는 이유는 다양한 상징과 비유가 풍성한 주해와 분석, 재구성과 페러디의 대상이 되면서 훗날의 문학사를 풍성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여러 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가? 그가 바로 내 고장(長水) 출신 자랑스런 소설가“박상륭이 아닐까 싶다.

고강영<장수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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