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면제’가 뭐예요?
‘예타면제’가 뭐예요?
  • 안도
  • 승인 2019.02.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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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도내 곳곳에 ‘새만금 국제공항 예타 면제’란 현수막이 거리 여기저기서 춤을 추고 있다. 전북도민이라면 누구나 현수막과 함께 춤을 추며 마땅히 환영할 일이다.

 새만금국제공항은 항공수요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지역적·정책적 측면에서 꼭 필요한 전북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동안 꽉 막혔던 한·중 간의 인적, 물적 교류는 물론 국제적 교역물량이 급신장 되면서 서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려 5만여 명의 전 세계청소년이 참여하는 ‘2023 세계잼버리유치를 성공함으로써 공항 건설의 당위성은 배가 되었다. 이러한 시점에 새만금 공항이 신축된다니 얼마나 환영할 일인가? 그런데 펄럭이는 현수막의 수효만큼 우리 도민들이 환영에 동참 했을까하는 생각이 앞선다. 왜냐하면 ’예타면제‘라는 뜻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국어를 전공한 나도 ’예타면제’라는 현수막 문구를 보고 한참을 생각했으니 내가 잘못된 것인가? ‘수능(수학능력)’이나 ‘한미(한국, 미국) 정상회담’ ‘전경련(전국 경제인연합회) 등은 그동안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익숙한데 ’예타‘라는 말은 극히 생소하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이미 나보다 먼저 수많은 사람들이 검색한 흔적들이 보였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지나친 줄임말에 대한 우려들이 많다, 예를 들면 ‘버카’(버스카드), ‘참김’(참치김밥), ‘미자’(미성년자), ‘열폭’(열등감 폭발)처럼 굳이 줄여 말할 필요도 없는 단어를 굳이 두세 음절로 축약해 얘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ㄱㅅㄱㅅ‘(굽신굽신) ’ㅎㄷㄷ‘(후덜덜) 등은 아예 초성만으로 문자 대화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줄임말들이 이렇게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이러한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하려면 우리 모두가 앞장서서 이를 선도해야 할 마당에 ’예타‘라는 현수막을 보고 소위 기관들도 편승하여 앞장서는 느낌이 들어 씁쓰름하다.

 ‘예타’란 예비 타당성 조사라는 말로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을 면밀하게 사전 검토하는 제도이며 사업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한다. 이를 면제 한다는 것은 새만금의 하늘길, 땅길, 바닷길을 모두 확보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니 크게 환영할 일이다.

 전북 사람들은 그동안 군산공항을 주로 이용했으나 군산공항은 미군이 사용하는 군용공항이어서 국제선 취항조차 불가능하다. 그런데 새만금 국제공항이 건설되면 단순히 항공오지 탈피라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환황해권 물류거점 기반 구축을 통한 새만금 내부개발 활성화는 물론 농, 생명산업과 금융도시 조성 등의 시너지 효과와 건설과정의 지역경제 활성화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예타’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순화되어야 할 말들이 너무도 많다. 국어를 순화한다는 것은 우리말을 다듬다는 의미도 있지만 크게는 소통이 잘 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노견>, <분기점>, <서행> 등의 표지판이 있다. 그러나 <갓길>, <갈림길>, <천천히>라고 쓰면 얼마나 좋을까? <주차>보다는 <차 세움>, <게시판> 보다는 <알림판>이면 얼마나 좋을까? 미세먼지→아주 작은 먼지, 현관→문간, 위촉→맡김, 절수운동→물아낌 운동, 압수→거둬감, 스티커→붙임딱지 등으로 쓰면 얼마나 좋을까?

 언어란 사회집단의 구성원들이 그것에 의해 협동하고 상호작용하는 자의적인 음성 기호의 체계다. 언어는 근본적으로 의사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면서, 보다 수준 높은 언어생활을 위해 규범에 맞는 바른말과 글을 쓸 줄 알아야 한다. 바르고 정확한 언어 즉 규범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문법 및 어문 규정을 바로 익혀 이를 언어생활에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바르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언어 사용에 대해 부단한 훈련을 해야 한다. 우리의 언어 현실이 어떠하냐 하는 문제는 한편으로는 국가적인 자존심 문제에,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인격 문제에까지 결부될 수가 있다. 우리말을 아름답고 곱게 다듬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안도<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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